“페라리랑 다른 길 간다”.. 1350마력 예고했던 럭셔리 브랜드 급선회, 업계 ‘술렁’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로 선회
람보르기니, ‘란차도르’ 계획 수정 검토
페라리와는 다른 전략적 선택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내세웠던 ‘란차도르(Lanzador)’ 프로젝트를 전격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초 1350마력 출력과 차세대 전기 시스템으로 기대를 모은 이 모델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차서 PHEV로 전환 검토…기술보다 ‘수요’ 우선

람보르기니는 ‘란차도르’를 통해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2023년 공개된 콘셉트 모델은 우루스 SUV와 우라칸 스테라토의 디자인 요소를 결합해, 미래지향적인 외관과 함께 980V 차세대 전기 시스템, 1350마력에 달하는 고성능을 예고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람보르기니가 이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최근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람보르기니는 란차도르의 파워트레인을 PHEV로 전환하는 방안을 두고 최종 결정을 몇 주 내에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최근 오토카(AUTOCAR)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적으로 전기차는 만들 수 있지만, 향후 몇 년간은 그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람보르기니 고객들은 아직 전기차를 대체재로 여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기술이 성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람보르기니는 고객의 선호도와 수요 변화에 따라 전환 시점을 늦추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란차도르’,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람보르기니가 당초 목표로 했던 전기차 전략은 이상적인 기술 수준과 마케팅 메시지에 기반했지만, 실제 양산 단계로 들어가면서 비용 문제와 수요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영국 카 매거진(Car Magazine)은 최근 보도에서, 람보르기니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요한 것은 기술적으로 무엇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전했다.

만약 람보르기니가 란차도르의 파워트레인을 PHEV로 확정할 경우, 최근 공개된 신형 테메라리오(Temerario)와 우루스 SE에 적용된 트윈터보 V8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스템은 고성능 전기 모터와 결합돼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강력한 주행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루스 역시 당초 순수 전기차로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초 비슷한 이유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선회한 바 있다. 람보르기니의 이러한 전환은 단기적인 기술 역량 부족보다는, 시장의 흐름과 수요에 따른 유연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페라리와 엇갈린 전략, 슈퍼카 업계 주목

람보르기니의 변화는 경쟁사인 페라리의 행보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페라리는 곧 자사의 첫 전기차 모델 ‘일레트리카(Elettrica)’를 공개할 예정이며, 순수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람보르기니의 ‘란차도르’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출시된다면, 두 브랜드는 전기화 전략에서 상반된 길을 가는 셈이 된다.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우는 페라리와 달리, 람보르기니는 기술 도입보다 시장 수용성에 기반한 보수적 접근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람보르기니의 선택이 고성능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드라이빙 경험과 친환경 기술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조만간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며 ‘란차도르’가 순수 전기차가 아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등장할 경우, 브랜드의 전기차 전환 로드맵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