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코리아가 2026년 3월 19일,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준대형 전기 SUV ‘카이엔 일렉트릭’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데뷔 이후 약 4개월 만의 국내 등장이다.
이 자리에서 포르쉐코리아가 꺼낸 카드는 성능만이 아니었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3종 전량에 K-배터리 셀을 탑재한다는 선언은,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닌 공급망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신호탄이었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SUV
카이엔 일렉트릭은 포르쉐의 세 번째 순수 전기 모델이다. 최상위 트림인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런치 컨트롤 사용 시 최고출력 1,156마력(PS), 최대토크 153.0㎏·m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2.5초면 충분하다.
이는 포르쉐 브랜드 역사상 최강의 수치다. 탑재된 배터리는 총용량 기준 113kWh급 고전압 모듈로,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 셀을 기반으로 포르쉐가 자체 배터리 공장에서 직접 생산했다. 여기에 포뮬러 E 기술력에서 파생된 혁신적 회생 제동 시스템을 더해, 서킷 수준의 에너지 회수 효율을 구현한다.
포르쉐 전기차 3종, 모두 K-배터리로 통일
이번 발표의 또 다른 핵심은 배터리 공급망의 전면 재편이다. 2019년 출시된 첫 번째 전기차 타이칸은 출시 초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사용해왔다. 2024년 출시된 마칸 일렉트릭은 지난해까지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했으나, 2026년형 모델부터 삼성SDI 배터리로 전면 교체됐다.
카이엔 일렉트릭까지 합산하면 포르쉐 전기차 라인업 전체가 LG에너지솔루션 또는 삼성SDI, 즉 K-배터리 셀로 구성된다.
한국, 포르쉐 글로벌 5위 시장으로 급부상
크리스티아네 초를 포르쉐 AG 해외 신흥시장 총괄은 “8개 신흥시장 중 한국의 비중이 2018년 14%에서 2025년 19%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은 포르쉐 전 세계 판매 5위 시장에 올랐으며, 순수 전기차 판매 기준으로는 세계 6위를 기록했다. 타이칸과 마칸 일렉트릭이 수요를 견인한 결과다.
포르쉐코리아는 올해 총 4종의 신차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신형 911 터보 S와 마칸 GTS를, 하반기에는 파나메라 레드 익스클루시브와 카이엔 일렉트릭을 선보인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라인업 전략이다.
포르쉐는 2030년까지 판매 차량의 80%를 전동화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한 상태다. 카이엔 일렉트릭의 국내 출시는 그 여정에서 가장 강력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1,156마력의 전기 SUV가 올 하반기 국내 도로를 달릴 때, 포르쉐의 전동화 전략은 비로소 완성형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