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말해주는 변화
로터스 판매량 74% 급증

영국의 전통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가 전기 SUV를 앞세워 의미 있는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로터스는 브랜드 전략을 전환하고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 전년 대비 74%의 판매 증가를 달성했다.
스포츠카 이미지로 알려졌던 로터스가 고성능 전기 SUV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이번 사례는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결과로 평가된다.
로터스, 고성능 SUV로 이룬 ‘판매량 74% 급증’
로터스 테크놀로지가 발표한 2024년 회계연도 실적에 따르면, 로터스는 지난해 총 1만 2134대의 차량을 인도했다.
이는 전년 대비 74% 증가한 수치로, 영국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매출 역시 9억 2400만달러(한화 약 1조 3110억 원)로 전년 대비 36% 늘었다.

이러한 실적 상승을 이끈 것은 바로 두 가지 전기차 모델, 하이퍼 SUV ‘엘레트라(Eletre)’와 고성능 GT ‘에메야(Emeya)’다. 유럽 시장에서 이 두 모델은 전년 대비 179%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인도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두 모델은 총 6862대가 인도되며 2023년보다 57%나 늘었다.
특히 에메야는 지난해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를 시작한 이후, 아시아와 중동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필리핀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전년 대비 90%에 달하는 판매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SUV로 진화한 브랜드, 그 뒤엔 전략적 선회
제품 라인업 확대만으로 이런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 로터스 테크는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속에서도 럭셔리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장을 유지했다”고 밝히며 시장별 니즈에 맞춘 가격 정책과 제품 구성을 신속하게 조정해온 전략을 강조했다.

기존 로터스의 이미지는 트랙에서 달리던 소형 경량 스포츠카였다. 하지만 전동화 흐름 속에서 고성능 전기차를 전략의 중심에 두고, SUV 시장에 본격 진입한 점이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고성능 전기 SUV 엘레트라의 런칭과 고급 세단급 전기차 에메야의 투입은 이 같은 브랜드 전환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브랜드 감성과 보증까지… 소비자 공략은 다각도
로터스는 차량 성능과 실적뿐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 및 고객 서비스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개된 글로벌 캠페인 ‘Are You a Driver or What?’는 로터스의 77년 유산과 기술력을 감성적으로 강조하는 영상으로, 해시태그 캠페인과 함께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편, 로터스코리아는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전기차 신차 교환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서비스는 전기차가 주차 중이거나 충전 중일 때 화재가 발생하면 동일한 모델의 신차로 즉시 교환해주는 제도로, 수입차 브랜드 중 최초로 시행됐다.
신뢰도를 확보하고 고급 전기차 고객층의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로터스의 이번 실적은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전략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전기차 전환기 속에서 스포츠카 제조사로서의 자존심을 고집하기보다, 소비자 수요와 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다.
SUV 중심의 라인업 재편, 시장 맞춤 전략, 파격적인 고객 서비스 도입까지. 로터스는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로터스가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전통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업계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