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떼고 운전해도 된다?”… 북미·중국 이어 한국 들어온 신기술, 반응 ‘폭발적’

8억km 데이터로 검증된 기술
미국·중국 이어 한국 첫 상륙
국산차, ‘핸즈프리’ 경쟁 직면

지구와 달 사이를 1140번 넘게 오갈 수 있는 거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Super Cruise)’가 북미에서 축적한 누적 주행 거리다. 이 기술이 이제 한국에 상륙한다.

GM은 10월 1일, 슈퍼크루즈를 한국 시장에 공식 도입한다고 밝혔다. 북미와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이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상용화되는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이로써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새로운 기술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GM, 슈퍼크루즈 한국 출시… “현지 도로 2만 3천km 적용”

슈퍼크루즈는 운전자가 두 손을 핸들에서 뗀 채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차량이 주행과 차선 변경을 수행할 수 있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기준 자율주행 ‘레벨2+’ 단계로 분류된다.

GM은 2017년 해당 기술을 처음 상용화한 이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23개 차종에 적용했고 총 8억 7700만km 이상의 누적 데이터를 확보했다. 한국 도입을 위해 국내 도로 환경에 맞춰 현지화를 진행했다.

한국GM은 약 100억원을 투자해 전국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 2만 3천km 이상을 슈퍼크루즈 사용 가능 구간으로 설정했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경인고속도로, 수도권 외곽순환도로 등에서 작동한다.

슈퍼크루즈는 라이다(LiDAR) 기반 고정밀 지도와 카메라·레이더·GPS 등 복합 센서 기술을 융합해 도로의 곡률, 버스 전용 차선, 공사 구간 등도 인식할 수 있다.

특히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국내 군사적 특수성 등으로 인해 해외 반출이 불가능해, GM은 한국GM 본사 내에 자체 OTA(무선 업데이트) 서버를 구축하고 분기별로 지도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운전자 감시 시스템 탑재

슈퍼크루즈는 운전자의 전방 주시 상태를 실시간 감지하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을 탑재했다.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시각 및 청각 경고를 보내고, 필요시 차량 제어에도 개입한다.

다만 이 시스템은 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해당되며 주행 중 사고 발생 시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있다.

채명신 GM 한국사업장 디지털비즈니스 총괄 상무는 “항상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슈퍼크루즈는 장거리 주행의 피로감을 줄이고, 실수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캐딜락 신차에 첫 탑재… FTA 규정 따라 수입 가능

슈퍼크루즈는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캐딜락 브랜드 신차에 처음 적용된다.

윤명옥 한국GM 최고마케팅책임 전무는 “4분기 내 캐딜락 신차가 한국에서 출시된다”고 밝혔으며 유력한 모델로는 환경부 인증을 완료한 ‘에스컬레이드 IQ’가 거론되고 있다.

이 차량은 미국 내 인증을 통과한 수입차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별도 인증 없이 한국 내 출시가 가능하다. 채 상무는 “FTA 규정 덕분에 미국에서 인증을 마친 슈퍼크루즈 탑재 차량이 수입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생산 차량에 슈퍼크루즈를 탑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규적 측면과 여러 변수들이 있어 확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완성차 업계, 기술 대응 분주

GM의 슈퍼크루즈 도입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도 기술 경쟁의 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레벨2+ 수준의 주행보조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도 고정밀 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고도화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규제와 기술 검토 과정이 길어지고 있어 상용화 시점은 미정이다.

GM 측은 “슈퍼크루즈는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속적인 고객 피드백 반영과 도로 업데이트를 통해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