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 팔릴 줄이야”…SUV 천하에 새 바람, 국내 자동차 시장 ‘들썩’

기아 타스만, KGM 무쏘 EV
SUV 중심 시장에 도전장

국내 자동차 시장이 SUV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지만, 올해 초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픽업트럭의 돌풍이다.

기아의 첫 픽업트럭 ‘타스만’과 KG모빌리티의 ‘무쏘 EV’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오랫동안 소수 매니아층과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정적인 수요를 보였으나, 이번 신차들의 등장으로 전혀 새로운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타스만은 출시 후 17일 만에 계약 대수 4000대를 돌파하며 기아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전체 판매량(1만 3475대)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무쏘 EV 또한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9일 만에 2500대 이상의 계약이 이뤄지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픽업트럭의 불모지로 평가받던 국내 시장에서 두 모델이 보여주는 성과는 자동차 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픽업트럭의 부활, 과거와 현재를 잇다

국내에서 픽업트럭이 처음 인기를 끈 시기는 198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물류 이동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화물 운송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포니 픽업과 무쏘 스포츠 등이 등장하며 픽업트럭은 한때 주요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SUV와 미니밴의 대중화로 인해 픽업트럭 시장은 점차 축소됐다.

그 결과, 2019년 4만 2825대를 달성했던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2023년 1만 8199대, 2024년 1만 3475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픽업트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SUV가 대세인 시장에서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픽업트럭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타스만과 무쏘 EV는 SUV의 편안함과 픽업트럭의 실용성을 결합한 모델로, 기존 픽업트럭의 단점을 보완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타스만 vs. 무쏘 EV, 픽업트럭 경쟁 본격화

타스만은 기아가 브랜드 최초로 선보이는 픽업트럭으로,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출력 281마력, 최대 토크 43.0kgf·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최대 3500kg까지 견인할 수 있는 강력한 토잉 성능도 장점이다. 가격은 3750만 원부터 시작하며, 최상위 모델인 X-Pro는 5240만 원이다.

반면, 무쏘 EV는 국내 최초 전기 픽업트럭으로, 80.6kW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거리 400km를 제공한다.

AWD 모델의 경우 최고 출력 413마력, 최대 토크 64.9kgf·m를 발휘하며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까지 갖췄다.

기본 모델 가격은 4800만 원이지만,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3000만 원 후반대까지 내려간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 혜택을 받을 경우 3300만 원대로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픽업트럭 시장의 미래, SUV 대체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기아와 KG모빌리티의 픽업트럭 출시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SUV와 미니밴에 밀려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던 픽업트럭이 다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픽업트럭은 화물차로 분류되어 자동차세와 개별소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세제 혜택과 더불어 다목적 활용성이 강조되면서, 픽업트럭이 ‘SUV를 대체할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타스만과 무쏘 EV의 성공 여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국내에서 픽업트럭이 다시 인기를 끌 경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산 픽업트럭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지형을 바꿀 기아와 KG모빌리티의 도전. 픽업트럭이 SUV 천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시장을 재편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