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SUV 시장, 하이브리드로 흔들리다
기아 스포티지, 4월 판매량 1위 기록
물밑에서 일어난 변화가 드러났다. 유럽 자동차의 심장부라 불리는 영국 시장에서, 기아 스포티지가 두 달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제 더 이상 ‘가성비’만으로 한국차를 설명할 수 없는 시대다.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급 품질을 갖춘 스포티지는 하이브리드 수요 급증이라는 흐름과 맞물리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독일차의 아성 속에서도 기아가 존재감을 키운 이유, 그 중심에 스포티지가 있다.
스포티지, 영국서 두 달 연속 월간 판매 1위
2025년 5월 8일,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가 발표한 통계에 이목이 집중됐다.
기아의 준중형 SUV 스포티지가 2025년 4월 한 달 동안 총 3514대 팔리며 전체 모델 가운데 판매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단발적인 결과가 아니다.
올해 1월에도 스포티지는 영국 시장에서 월간 1위를 차지한 바 있어, 2025년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 정상을 밟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스포티지의 돌풍은 단일 차종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기아 전체 브랜드 판매량 또한 8320대로, 독일의 폭스바겐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브랜드 순위 2위에 올랐다.
이 중 약 40%가 스포티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단일 모델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경쟁 치열한 영국 시장서 통한 하이브리드 전략
영국은 유럽 내에서 독일 다음으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영국의 등록 차량 수는 약 66만 4571대로, 유럽 전체의 17%를 차지한다.
롤스로이스, 미니, 재규어, 랜드로버 같은 고유 브랜드들이 태어난 전통 강국이기도 하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산 SUV가 1위에 오른 배경에는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기아의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동화 전략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하이브리드는 실용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포티지는 이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실제로 영국에서 판매된 스포티지 중 60% 이상이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동화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프리미엄은 그대로, 가격은 절반”… 유럽 맞춤형 설계도 주효
영국 소비자들이 스포티지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
스포티지는 유럽형 전용 설계를 통해 디자인과 마감 품질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형보다 다소 작고 세련된 외관, 정밀한 실내 마감이 특징이며 12.3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지문 인증 시스템 등 첨단 사양까지 탑재돼 있다.
특히 ‘3’와 ‘GT-Line S’ 트림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기본 트림 가격은 3만 170파운드(한화 약 563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BMW X1이나 폭스바겐 티구안 같은 경쟁 모델보다 최대 30%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그럼에도 실내 사양이나 유지비 면에서 스포티지가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 스포티지의 영국 내 성공은 하이브리드 전략과 맞춤형 설계, 합리적인 가격, 프리미엄 사양 등 복합적인 요소가 시장과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성공은 한국차에 대한 글로벌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기아가 선두 그룹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크게 열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