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없이 완전히 사라진다”.. GV80 경쟁하던 프리미엄 SUV, 결국 ‘작별’

25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름
전기 시대 맞아 투아렉도 전환
명맥은 잇되 내연기관은 종료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제네시스 GV80과 경쟁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모델 ‘투아렉’이 2026년 생산 종료를 끝으로 단종된다.

2002년 첫 출시 이후 120만 대 이상이 판매된 이 모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올해 말 ‘파이널 에디션’을 마지막으로 소비자와 이별을 고한다.

단종 수순 밟는 투아렉, 마지막 인사 ‘파이널 에디션’

폭스바겐은 지난 10월 16일(현지 시각),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투아렉 파이널 에디션’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8월 폭스바겐이 공식화한 투아렉 단종 결정 이후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기념 모델이다. 판매는 2027년 초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 한정판 모델은 기존 최상위 트림인 ‘R-라인 블랙 에디션’을 기반으로, 외관과 실내에 특별한 마감이 더해졌다.

후면 윈도우 주변에는 레이저로 새긴 ‘Final Edition’ 배지가 삽입되며 기어 레버와 도어실에는 전용 각인이 추가됐다. 실내에는 조명식 스커프 플레이트, 대시보드 데코 패널, 18방향 전동 시트 등이 적용돼 플래그십 모델다운 품격을 유지했다.

파워트레인 역시 기존 V6 3.0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유지해 최고출력 286마력을 발휘한다. 상위 트림인 R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최고 출력 462마력, 최대 토크 71.4kg.m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영국 현지 판매가는 7만 4,525파운드(한화 약 1억 4250만 원)부터 시작된다.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다.

한편 폭스바겐코리아 산하 일부 딜러사는 현행 투아렉에 대해 최대 1550만 원 규모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GV80’과 경쟁했던 프리미엄 SUV, 조용한 퇴장

폭스바겐 투아렉은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볼보 XC90 등과 함께 프리미엄 SUV 시장을 형성한 대표 모델 중 하나다.

국내 시장에서는 제네시스 GV80과 자주 비교되며 가격 대비 상품성이 뛰어난 ‘가성비 프리미엄 SUV’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에어 서스펜션, 후륜 조향, 4-존 에어컨 등 고급 사양을 기본 탑재하면서도 동급 디젤 SUV보다 1천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해왔다.

투아렉은 단순한 SUV가 아니라 폭스바겐 기술의 상징이었다. 2005년에는 자율주행 프로토타입 ‘스탠리’로 미국 DARPA 자율주행 경주에서 우승했고, 2006년에는 V10 TDI 엔진 모델이 보잉 747기를 견인하며 디젤 기술의 위력을 알렸다.

또 2009~2011년에는 다카르 랠리 3연승, 2011년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알래스카까지 2만 2750km를 12일 만에 주파하는 등 각종 기록도 남겼다.

이러한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 모델은 2026년 3월 생산 종료와 함께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다만 폭스바겐은 ‘투아렉’이라는 이름 자체는 유지할 방침이다.

최근 공개된 보도자료를 통해 폭스바겐은 “투아렉 내연기관 모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전기차 라인업으로의 계승 가능성을 열어뒀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29년을 목표로 ‘ID. 투아렉(가칭)’이라는 새로운 전기 SUV를 준비 중이다. 이 모델은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인 SSP를 기반으로 개발되며 브랜드 전기 SUV의 플래그십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SUV 시장 변화 속 ‘단종’ 아닌 ‘전환’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기존 내연기관 SUV 라인업의 정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ID.4, ID.7 등 대중형 전기 SUV 중심으로 재편되며 투아렉 같은 플래그십 내연기관 모델은 자연스럽게 역할을 마쳤다.

과거 폭스바겐 그룹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주도로 시작된 ‘투아렉 프로젝트’는 20여 년 간 SUV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기술력과 전략을 집약해왔다. 이제 그 이름은 새로운 전기차 시대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