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수출량 70% 급감
신차 출시로 반등 노리나

수소전기차 수출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현대자동차의 간판 사업 중 하나인 수소차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걷던 시장은 올해 들어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토요타의 협력, 그리고 신형 넥쏘 출시 계획이 시장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수·수출 모두 부진…역성장 가속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2025년 5월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동안 수소전기차(승용·상용 포함) 수출량은 단 18대에 그쳤다.
이는 작년 동기 60대 대비 70.0% 급감한 수치다. 연간 수출량이 100대를 넘기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 역시 965대에 머물러 연간 판매량 3천 대 달성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수소차 수출은 2021년 1121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해마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22년에는 400대, 2023년 296대, 지난해 101대로 줄었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도 2022년 1만 328대에서 2023년 4707대, 지난해 3787대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충전 인프라 부족, 수소 충전 비용 상승, 차량 선택지 제한 등이 이 같은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수소 승용차 넥쏘와 수소 상용차 엑시언트 트럭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쥐었던 현대차조차 흔들리는 형국이다.
현대차·토요타 ‘공조’에도 침체 지속
현대차와 토요타는 지난해부터 수소차 시장의 활로를 찾기 위해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과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2024년 3월부터 양국을 오가며 긴밀히 소통했고, 같은 해 12월 일본 도요타시에서 열린 월드랠리챔피언십(WRC) 현장에서 재차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21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감소했다.
유럽(91.0% 감소), 미국(86.1% 감소), 일본(53.2% 감소) 등 주요 시장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며 전체 감소세를 이끌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772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1.6% 증가했지만 토요타는 150대로 82.8% 급감했다.

SNE리서치는 “정책 방향과 인프라 여건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수소차보다 전기차가 친환경차 시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충전 인프라 부족과 경제성 저하로 인해 소비자들이 수소차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할인 공세에도 실적 미미…신형 넥쏘가 전환점 될까
이 같은 시장 위축 속에서도 현대차는 수소차 회복을 위한 전략으로 가격 할인과 신차 출시를 병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3월부터 기존 넥쏘 모델에 대해 500만 원 기본 할인, 보유차량 매각 시 100만 원 추가 할인, 노후차 특별 조건 할인 등을 적용했다. 정부 보조금까지 더하면 소비자는 2000만 원대에 넥쏘 구매가 가능했다.
이 영향으로 3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324대를 기록했으나 재고 소진 이후 4월에는 112대로 급감했다. 업계는 신형 넥쏘 판매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이 같은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6월 말부터 ‘디 올 뉴 넥쏘’를 출고할 계획이다.
2018년 출시된 1세대 넥쏘의 완전 변경 모델로, 2.5세대 연료전지와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 경로 추천 기능(루트 플래너), 용량이 확장된 수소 저장용기 등이 적용됐다. 현대차 연구소 기준 약 5분 충전으로 7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환경부는 신형 넥쏘 출시에 맞춰 올해 수소승용차 보급 목표를 1만 1000대로 설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61.8% 늘어난 수치이며 구매 보조금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2250만 원이다.
글로벌 주도권 흔들…중국 부상
현대차가 고군분투하는 사이, 중국은 수소차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중국의 수소차 판매량은 1197대로, 전체 시장 점유율의 56.5%를 차지했다.
수소차의 글로벌 주도권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국내 수소 생태계 유지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 회복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 밸류체인 브랜드 ‘HTWO’를 통해 차량 외에도 수소 생산·유통·인프라 구축까지 포괄적인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장재훈 부회장이 글로벌 수소산업 최고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수소차는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잠재력이 크다”며 “정부가 밸류체인 전체를 지원하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