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Waymo에 2028년까지 IONIQ 5 기반 로보택시 5만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5만 달러(한화 약 7,2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경우 총 25억 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로, 자율주행 차량 공급 계약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 가스구(Gasgoo)가 최초 보도한 이번 계약은 로보택시 산업이 시제품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 양산 체제로 전환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Waymo 전용 차량을 집중 생산할 계획이다.
E-GMP 플랫폼, 로보택시 최적 사양 갖춰
IONIQ 5가 로보택시 플랫폼으로 선택된 배경에는 E-GMP 아키텍처의 기술적 우위가 자리한다.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은 10%에서 80%까지 단 18분 만에 충전이 가능해, 가동률이 생명인 상업용 차량에 결정적 이점을 제공한다. 3,000mm 휠베이스는 전방 운전석이 불필요한 로보택시 특성상 승객 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2024년 10월 양사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할 당시 현대차 북미 CEO 호세 무뇨스는 “상당한 규모의 차량을 할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했는데, 당시 ‘상당한 규모’가 5만대를 의미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Waymo는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 ‘Waymo Driver’를 IONIQ 5에 통합해 운용할 예정이다.
Waymo, 함대 20배 확장 불가피한 상황
Waymo의 대규모 차량 발주는 급격한 서비스 확장과 기존 플랫폼의 단종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현재 Waymo는 주당 40만건 이상의 유료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보유 차량은 약 2,500대에 불과하다. 주력 차량이던 재규어 I-PACE는 생산 중단으로 추가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160억 달러(약 23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260억 달러(약 181조원)로 평가받은 Waymo는 2026년 내 미국 내 20개 이상 신규 도시 진출과 함께 도쿄, 런던 등 해외 시장 개척을 예고했다. 누적 유료 탑승 2,000만건을 기록한 Waymo의 사업 모델은 이미 검증 단계를 통과했다는 평가다.
자율주행 진영 재편… ‘테슬라 vs 전통 연합’ 구도
Waymo의 자동차 업계 파트너십 확대는 자율주행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2025년 4월 토요타와 개인 소유 차량용 자율주행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 현대차와의 대규모 계약으로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Waymo 진영으로 집결하는 모습이다.
포드 CEO 짐 팔리는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라이선스 제안을 거부하며 “Waymo의 접근법이 더 합리적”이라고 공개 발언했고, 테슬라 자율주행 책임자 아쇼크 엘루스와미조차 “Waymo에 2년 뒤처져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조지아 공장 생산은 관세 회피와 미국 내 생산 인센티브 확보라는 전략적 이점도 제공한다.
현대차는 자회사 모셔널을 통한 독자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Waymo 협력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2028년 이후 본격화될 로보택시 시장에서 핵심 공급자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테슬라의 ‘단독 질주’에 맞선 전통 자동차 산업의 ‘연합 전선’이 가시화되는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