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판매 차량 4대 중 1대는 미국에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가 친환경차와 SUV 중심의 전략이 주효하며 수익성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1988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이 23%를 넘어서는 역대급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현대차·기아, 미국 시장 점유율 23% 돌파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1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약 665만 7000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154만 8000대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미국 시장 점유율이 23.3%를 기록한 것은 1988년(28.8%) 이후 처음이다. 1990년대 초반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2000년대에 들어서며 20%대 초반으로 상승했다.

이후 한동안 10%대 중후반에 머물렀으나 2021년 22.3%를 기록하며 16년 만에 다시 20%대를 회복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판매 실적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도 함께 이뤘기 때문이다.

앨라배마와 조지아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포함해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차와 SUV 판매가 집중된 것이 주효했다. 특히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11월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였다.

글로벌 판도 흔드는 미국 시장 성과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성과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상승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판매량 3위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이 순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성과는 미국 시장에서 고가 차량 판매와 더불어 수익성 강화를 이끈 결과다.

2020년 미국에서 122만 대를 판매했던 현대차그룹은 2021년 148만 대, 2022년 147만 대, 지난해 165만 대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올해는 한 달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미 154만 대를 돌파하며 연간 최다 판매 기록 경신이 유력해졌다. 연간 판매량 170만 대 돌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안정적인 시장 환경과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대응이 결합된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은 시장이기에 지속적인 성장이 수익 보장과 연구개발 계획에 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해외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의 브랜드 강화를 통해 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박사는 “미국 시장 환경에 최적화된 전략이 이번 성과의 핵심”이라며 “다만 다른 지역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성과는 단순히 판매량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고급 차량 판매 비중 확대와 친환경차 시장의 선도적 역할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 시장 중심의 전략을 넘어 신흥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다양한 시장 환경에 적응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현대차와 기아가 기록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