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배터리 탑재라 믿었는데 “다 속았다”…드러난 민낯에 ‘세상에나’

화재 차량 속 숨겨진 ‘세계 1위’ 배터리
공정위, 벤츠코리아에 허위 광고 혐의
CATL 아닌 저가 배터리 탑재 확인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집어삼켰던 전기차 화재의 시발점이 된 벤츠 차량을 조사한 결과, 애초에 홍보됐던 중국 1위 배터리 ‘CATL’은 없었다. 대신, 비교적 저렴한 다른 중국산 배터리가 달려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코리아가 이처럼 실제와 다른 정보를 광고에 사용해 소비자를 오도한 혐의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사건은 단순한 광고의 문제를 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수입차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조사해보니 다른 배터리였다

문제의 차량은 지난해 8월,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를 일으킨 벤츠 EQE였다. 당시 사고로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총 87대의 차량이 전소되거나 열손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은 약 38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화재 직후 직권으로 조사를 시작해,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달 12일, 표시광고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담긴 심사보고서를 벤츠 측에 발송했다.

공정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자사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의 제품이 탑재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가형 배터리 제조사인 ‘파라시스에너지’의 배터리셀이 장착돼 있었다는 것이다.

소비자 속인 교육까지…소송도 진행 중

벤츠코리아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사 딜러들을 상대로도 배터리 제조사를 CATL이라고 설명하도록 교육한 정황이 포착됐다. 공정위는 이를 소비자 유인 목적의 부당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은 법적 분쟁으로도 번졌다. 지난해 10월, 벤츠 전기차 차주 24명은 벤츠 독일 본사와 수입사인 벤츠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고가 차량을 구입했지만 실제로는 광고와 다른 부품이 탑재돼 있었다”며 소비자 기만을 문제 삼았다.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향후 해당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정위는 벤츠 측의 반박 의견을 접수한 뒤 전원회의와 소회의를 통해 제재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며,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4%까지 부과될 수 있다.

벤츠 측 “사실과 달라…법적 대응 검토”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는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회사 측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내용은 당사의 법적 해석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해당 혐의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사보고서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절차에 따라 입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전기차 안전성과 신뢰,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의 도덕성까지 거론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벤츠가 앞으로 어떤 해명을 내놓더라도, 소비자들이 입은 신뢰의 손실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