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전기차 한 장으로 뒤집히고 있다. 2026년 1~4월 누계 기준, 중국 BYD가 5,991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4위에 안착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 10위에서 불과 4개월 만에 여섯 계단을 뛰어오른 것이다.
BYD, ‘최단 기록’ 세우며 수입차 판도 흔들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YD의 2026년 1~4월 판매량은 5,991대로, 전년 동기(553대) 대비 983.4% 급증했다. 올해 4월이 지난 시점에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6,107대)에 근접한 수준이다.
BYD는 지난 3월 시장 진출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했다. 국내 수입차 업계 사상 최단 기록이다. 최저 2,500만 원에서 최대 4,700만 원에 이르는 가격 라인업으로 ‘가성비 전기차’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보조금이 소진된 지역 구매자에게는 최대 169만 원의 자체 보조금까지 지원하며 공격적인 소비자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정부의 차량 2부제·민간 5부제 유도 정책이 맞물리면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급증한 것도 BYD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아우디는 ‘반등’, 렉서스는 ‘역주행’…전기차가 갈랐다
전기차 라인업 차이는 브랜드별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우디는 1~4월 4,056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42.5% 성장했다. 전기 SUV Q4 e-트론(스포트백 포함)이 986대로 아우디 전 차종 중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딜러사의 공격적 마케팅이 더해진 결과다.
볼보는 4,733대로 3.5% 소폭 증가에 그쳤다. 전기 SUV EX30의 가격을 761만 원 인하했지만, 배터리 화재 리콜 이슈가 불거지며 효과를 상쇄했다. EX30 판매량은 크로스컨트리 포함 657대로, 전년 동기(658대)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전기차 라인업이 거의 없는 렉서스는 4,834대에 그치며 7.6% 감소했다. ‘전기차 부재’가 판매 동력을 갉아먹는 구조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8만 7,6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5.8% 확대됐다.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국면에서, 전기차 라인업의 유무가 브랜드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보조금 개편·中 신규 진출…하반기 변수 ‘첩첩산중’
수입차 업계의 지각변동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하반기 공격적인 전기차 신차 출시를 예고했다. 볼보는 3분기부터 플래그십 전기 SUV EX90 인도를 시작하고,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을 하반기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BYD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모델을 추가로 선보이며 라인업 다변화에 나선다.
중국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와 샤오펑(Xpeng)의 국내 진출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가성비 세그먼트에서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도 주목받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 생태계 기여 기준이 완화되면서, 테슬라와 BYD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열렸다.
전기차가 수입차 시장의 새로운 ‘척도’로 자리 잡은 지금, 하반기 신차 출시와 보조금 기준 변경, 중국 브랜드의 추가 공세가 어우러지면서 수입차 순위표는 연말까지 거듭 뒤바뀔 공산이 크다. 누가 더 빠르게, 더 매력적인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느냐가 브랜드 생존의 핵심 조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