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의 경상수지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이탈 규모도 역대 최대를 찍으면서, ‘흑자 뒤에 숨은 자본 이탈’이라는 이중적 신호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6년 3월 경상수지 흑자는 373억3천만달러(약 54조4천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최대 기록이던 지난 2월(231억9천만달러)을 61% 가까이 뛰어넘은 수치다.
올해 1~3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737억8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94억9천만달러)의 3.8배에 달했다. 35개월 연속 흑자 기조도 유지됐다.
반도체·IT가 이끈 ‘수출 빅뱅’
3월 상품수지 흑자는 350억7천만달러로, 전년 동월(96억9천만달러)의 3.6배에 달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액(943억2천만달러) 역시 전년 동월 대비 56.9%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품목별로는 컴퓨터 주변기기(+167.5%)와 반도체(+149.8%)가 수출 성장을 주도했다. 석유제품(+69.2%), 무선통신기기(+13.1%), 화공품(+9.1%) 등 비(非)IT 품목도 조업일수 확대와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힘입어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68.0%), 중국(+64.9%), 미국(+47.3%), 일본(+28.5%) 순으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중동 지역은 49.1% 감소하며 유일하게 뒷걸음쳤다.
11년 만의 여행수지 흑자…서비스수지 개선세도
서비스수지 적자는 12억9천만달러로, 전년 동월(-25억1천만달러)과 전월(-18억6천만달러)보다 축소됐다. 특히 여행수지가 1억4천만달러 흑자로 전환되며 2014년 11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본원소득수지는 직접·증권투자 배당 수입이 늘면서 2월 24억8천만달러에서 3월 35억8천만달러로 증가했다.
자본 이탈의 역설…외국인 주식 감소 ‘역대 최대’
화려한 흑자 지표와 달리 금융계정에서는 경고음이 울렸다. 3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감소폭은 293억3천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중동 지역 리스크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 위축 우려에 차익실현 흐름이 더해진 결과로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이 수지 흑자를 이끄는 동시에, 메모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외국인 자본 이탈을 가속화하는 아이러니한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단일 업종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하반기 메모리 수요 흐름이 경상수지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