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구 만점자도 ‘떨어진다’…서울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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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 심화
서울 시중은행에 부착된 청약통장 관련 안내문 /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4인 가구 만점자조차 당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신축 공급 감소와 수요 집중이 맞물리면서 가점 인플레이션이 비정상적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가점 문턱이 높아질수록 1~2인 가구의 내 집 마련 기회는 구조적으로 차단되는 양상이다. 청약통장 해지 행렬도 이어지며 제도 자체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59㎡에서 4인 가구 만점자끼리 추첨 경쟁

서울 아파트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 심화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강서구 ‘래미안 엘라비네’ 전용 59㎡의 청약 당첨 가점은 최저·최고 모두 69점으로 집계됐다. 69점은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로, 사실상 만점자끼리 추첨으로 당락이 갈린 셈이다.

3인 가구 만점인 64점으로는 이 단지 어느 평형도 안심할 수 없는 구조다. 같은 단지 전용 84㎡A형 역시 최저 61점·최고 72점으로, 3인 가구 만점자는 간신히 합격선에 걸치는 수준에 불과했다.

서대문구 ‘드파인 연희’는 1월 말 분양에서 전용 59㎡ 기준 최저 69점·최고 71점을 기록했다. 전용 74㎡A형도 최저·최고 모두 69점으로 마감됐다. 강남권인 ‘역삼 센트럴 자이'(2025년 12월 분양)는 전 평형에서 최저 당첨 가점이 69점에 달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2022년 이후 251만 명 급감

현행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최대 32점)·청약통장 가입 기간(최대 17점)·부양가족 수(최대 35점)로 산정된다. 4인 가구 기준 만점(84점)을 받으려면 무주택 15년 이상, 통장 가입 15년 이상, 부양가족 6명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 1~2인 가구나 젊은 신혼부부는 가점 자체를 쌓기 어렵다. 결국 당첨 가능성이 낮아진 가입자들이 통장을 해지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2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608만 7,404명으로 전월 대비 약 4만 5,200명 감소했다. 가입자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6월(2,859만 9,279명)과 비교하면 약 251만 명이 빠져나간 수치다.

서울 아파트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 심화
강서구 래미안 엘라비네 예상 조감도 / 삼성물산, 뉴스1

제도 개편 없이는 이탈 가속화 불가피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 신축 분양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되는 4인 가구 수요가 소형 면적에 집중되면서 가점 커트라인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1~2인 가구는 가점제로 당첨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면서 청약통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공급이 신생아 가구 혜택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가입자 이탈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구조가 자녀 있는 가구 중심으로 짜여 있다 보니 1인 가구나 젊은 신혼부부는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아주 어렵다”며 “가족 형태가 다양해진 현실을 고려해 청약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없이 제도 손질만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서울 신축 물량 부족이 지속되는 한 가점 인플레이션은 구조적으로 고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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