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수산 코너에서 노르웨이산 연어와 고등어가 사라지고 있다.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을 돌파하자, 유통업계가 수입 원산지를 전면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2026년 3월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3원 오른 1501.0원으로 출발했다. 앞서 3월 4일 장중 1506원을 기록한 뒤, 3월 16일 주간거래에서 다시 1500원대에 진입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더해져 원화 약세가 가중됐다.
마트 진열대의 대이동…원산지 전략 교체
대형마트들은 수입 신선식품의 원산지를 빠르게 바꾸며 원가 방어에 나섰다. 이마트는 수입가격이 급등한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대체하기 위해 칠레산 태평양 참고등어 물량 비중을 전체 수입량의 20~3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미국산 대비 시세가 약 10% 저렴한 캐나다산 소고기로 물량을 전환하고, 노르웨이산 연어 대신 국내산 양식 연어 수급을 늘리기로 했다. 수입 비용을 최소화해 소비자 가격 인상 압력을 줄이려는 조치다.
면세점은 이중 타격…식품업계는 가격 딜레마
달러 기반 결제 구조인 면세점 업계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시장은 분석한다. 이미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거래 감소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내국인 고객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환율 1400원 기준으로 설정된 환율보상 프로모션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가격 경쟁력보다 새로운 쇼핑 플랫폼으로 인식시키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CJ제일제당·대상·농심 등 주요 식품업체들은 더 복잡한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지난 12일 라면·식용유 등 제품 가격을 인하했지만, 수입 돈육과 농수산물 등 주요 원·부재료 비용이 환율과 연동해 치솟고 있어 인하 기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500원이 마지노선”…고환율 고착화 우려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흐름을 핵심 변수로 꼽는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사태가 3~4주 이상 길어지고 유가가 배럴당 85달러를 넘으면 환율이 다시 1500원을 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15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입 패션·명품 업계는 현재 판매 중인 봄·여름 상품이 지난해 말 대부분 입고 완료된 데다 기존 계약 환율로 정산이 끝나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하반기 가을·겨울 시즌을 대비해 환 헤징 전략을 조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1500원은 유통업계가 버틸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인데, 여기서 더 오르면 업계에 큰 피해가 올 것”이라며 “물류 효율화와 원가구조 개선 등으로 비용을 줄여야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