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보다 더 급하다”…미국 관세 폭탄 피하려 일본이 올인한 ‘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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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차 대미 투자 선정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출처-연합뉴스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을 뚫고 확정한 1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한국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2026년 2월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일본의 1차 프로젝트 3건(총 360억 달러·약 52조 원) 중 무려 330억 달러가 오하이오주 포츠머스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는 원전 9기 규모인 9.2기가와트(GW) 전력을 생산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급 발전 프로젝트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역대 최대 규모 발전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일본이 550억 달러(약 796조 원) 투자 약속 중 첫 사업으로 전력 인프라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 미국은 AI 붐과 빅테크 기업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경쟁 구축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발전 설비와 송배전망 확충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투자“라고 분석했으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전력망 안정성 강화로 미국 제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 전력 인프라 최우선

일본 1차 대미 투자 선정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출처-뉴스1

일본의 1차 프로젝트 구성은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그대로 드러낸다. 소프트뱅크 자회사 SB에너지가 주도하는 330억 달러 가스 발전소 외에 나머지 2건도 에너지·광물 분야다. 멕시코만 심해 원유 수출 시설은 미국산 원유 수출 역량 강화를, 조지아주 합성 산업용 다이아몬드 생산 시설은 첨단 반도체·방산 물자 필수 원료의 국내 조달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러트닉 장관은 다이아몬드 시설에 대해 “외국 공급망에 대한 어리석은 의존을 끝내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에너지 개발과 전력 인프라 분야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데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역”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해당 분야가 최우선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이 2026년 2월 12일 미국에 파견되어 협상 진통을 겪었지만, 전력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예상보다 빠르게 1차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이는 트럼프의 강한 압박 속에서 미국의 수요에 정확히 부응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의 카드 – 원전·LNG 경쟁력이 핵심 변수

일본 1차 대미 투자 선정
2025년 10월 한미 정상회담/출처-외교부

한국은 2025년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350억 달러(약 505조 원)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조선업 전용 150억 달러를 제외한 200억 달러는 양국의 경제 및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는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AI, 양자컴퓨팅 등이 명시됐다. 투자처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갖고 있으며,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가 한국 산업부 장관의 협의위원회와 사전 조율 후 추천하는 구조다.

일본 사례를 고려할 때 한국의 1호 프로젝트도 발전·에너지·핵심광물 분야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 원전 건설 경험, LNG 발전, 신재생에너지, 전력 기자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형 플랜트 건설 경험과 통합 운영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 재가동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자력 확대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원전 기술력은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압박 강화 속 정교한 협상 필요 – 실익 확보가 관건

일본 1차 대미 투자 선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뉴스1

일본의 빠른 프로젝트 확정은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가시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지적하며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해 왔으며, 러트닉 장관은 “관세라는 아주 특별한 단어 하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국책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임시 추진체계를 가동 중이며, 투자 후보 프로젝트를 사전 점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국내 산업의 실익,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동시에 고려한 정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관세 회피를 위한 투자가 아닌,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활용해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장기적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미 간 투자위원회와 협의위원회의 첫 협의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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