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안전자산 지위를 주장해온 비트코인이 6만4천 달러 심리적 저지선마저 무너지며 투자자들의 신뢰에 균열을 내고 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실물 금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비트코인은 오히려 기술주와 동반 하락세를 보이며 ‘안전자산 신화’가 허구였음을 드러냈다.
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11.8% 급락한 6만338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5년 10월 기록한 고점(약 12만6000달러) 대비 45% 이상 폭락한 수치로, 2024년 10월 말 이후 약 1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9289만9000원까지 밀리며 1억원 선이 무너졌다.
시장 전반에 공포 심리가 확산되면서 업비트의 ‘디지털 자산 공포-탐욕 지수’는 ‘5’를 기록, ‘매우 공포’ 단계에 진입했다. 통상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마저 0.02% 수준으로 사실상 소멸하며 국내 저가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기관 투자자 이탈이 부른 ‘자금 쓰나미’
이번 급락의 핵심 원인은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로 분석된다. 크립토퀀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승장을 주도했던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2025년 11월 이후 총 120억 달러(약 16조 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특히 2026년 들어서만 30억 달러 이상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도이체방크의 마리온 라부르 분석가는 “전통적인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내 암호화폐 채택률은 2025년 여름 17%에서 약 12%로 하락한 상태다.
‘디지털 금’ 신화의 종말… 금과 탈동조, 기술주와 동조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상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중동 및 베네수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실물 금값이 급등했음에도 비트코인은 금과 탈동조화되며 오히려 나스닥 등 위험자산과 동조화된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파 성향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한 것이 촉발 요인으로 작용했다. 워시는 실질 금리 인상과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를 지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지명 소식 이후 달러 매수와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 매도가 심화됐다.
코인쉐어스의 제임스 버터필 연구원은 “7만 달러 지지선이 붕괴된 이상 다음 지지선인 6만~6만5000달러 구간마저 위태롭다”고 전했다. 알트코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이더리움(-11.29%), 솔라나(-12.07%), 리플(-21.54%) 등이 하루 만에 두 자릿수 급락을 기록했다.
“바닥 확인 안 됐다”… 4만불대 추락 경고도
월가에서는 추가 하락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채굴 생산 원가인 8만7000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어 채굴자들의 항복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톨바켄 캐피털의 마이클 퍼브스는 “주요 모멘텀 지표가 매도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4만5000달러까지 하락 가능성을 제기했고, 22V 리서치의 존 로크는 최악의 경우 3만5000달러 선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 주에만 선물 시장에서 20억 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며 하락폭을 키웠다.
10X 리서치는 “현재의 자금 흐름은 투자 심리가 유의미하게 꺾였음을 시사하며, 투자자들이 아직 저가 매수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라부르 분석가는 이를 두고 “팅커벨 효과의 종말”이라 표현하며, 비트코인이 투기적 단계에서 더 제도적 역할로 이동하는 과정의 진통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