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여파 딛고 살아난 빌라 거래
지방은 여전히 침체…양극화 심화 조짐도

“전세 사기 터지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사람들이 찾더라고요.”
한때 부동산 시장의 사각지대였던 서울의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시장이 오랜 침체를 딛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실거래가와 거래량이 동시에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수요자들의 관심이 점차 빌라로 옮겨가고 있다.
가격도, 거래도 ‘제자리’ 돌아온 서울 빌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05% 상승했다. 3개월 연속 상승 중이며, 상승 폭으로는 2022년 6월 이후 최대다.
가격 수준도 전세사기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지수는 143.7을 기록하며 2022년 8월 수준(143.9)에 거의 근접했다.

실거래가격지수는 실제 거래 가격의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시세보다 시장 흐름을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
거래량 회복도 뚜렷하다. 3월 서울 빌라 거래는 총 3,024건으로, 1년 전보다 30% 이상 늘었다. 3천 건을 넘어선 건 2022년 7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정체된 빌라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수도권에서 시세 7억~8억 원 수준의 빌라는 공시가격 5억 원 이하일 경우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실수요자들에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정부의 비(非)아파트 시장 활성화 정책도 수요 회복에 힘을 보탰다.
아파트 외 주택 보유자에게도 주택구입 관련 혜택을 일부 허용하면서, 빌라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낮은 가격을 기회로 본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진입한 단계”라며, 본격적인 회복세가 되기 위해선 투자 수요 유입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만의 회복…지방은 여전히 ‘춥다’
서울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올해 1분기 인천 빌라 실거래가격은 2.86% 하락했고, 지방 전체로는 2.57% 떨어졌다.
지방 빌라는 2022년부터 4년 연속 하락세에 접어든 상태다.
전국 단위에서 보면, 빌라 시장은 아직 ‘지역별 온도차’가 크다. 서울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며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비아파트 시장 내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서울 빌라 시장은 오랜만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전세에서 월세로의 구조 전환과 수도권·지방 간 온도차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조심스러운 회복기 속에서 시장은 방향을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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