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9만 건 돌파…
주택시장, 과연 어디로?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을 규제했던 건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니, 집 주인들은 피눈물 좀 나겠어”
서울 아파트 매물이 사상 처음으로 9만 건을 넘어섰다.
집값 급등 피로감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거래가 급감하자 매물이 쌓이고 일부 신축 단지에서는 분양가 이하로 거래되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으며 관망세가 짙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9만 27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실이 데이터를 공개한 최근 3년 내 최고 기록으로, 3년 전(4만 2471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거래 절벽도 심각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417건으로 7월(9181건), 8월(6474건) 대비 크게 감소했다.
9월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한 대출 금리 인상이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신축 단지도 피하지 못한 ‘마피’
이처럼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신축 아파트 분양권에 마피가 붙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광명의 ‘트리우스 광명’에서는 분양가보다 2천만 원 안팎의 낮은 가격에 매물이 등장했으며, 서울 강북구 ‘한화포레나미아’ 역시 무려 7천만 원 낮은 금액에 급매물이 나왔다.
특히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입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급하게 매물을 내놓고 있는 탓이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전세 대출 제한도 잔금 마련을 어렵게 하며 매도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물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 재건축 단지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강북이나 외곽 지역에서는 대출 규제와 매수세 감소가 맞물리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관망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당분간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거래 절벽과 매수세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는 매물 증가가 이어지면 내년 상반기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의 혼조세 속에서 매수자와 매도자의 심리가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