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첫선을 보였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2026년 4월 15일, 국내 상장 ETF 1,093개의 시가총액 합계가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하며 404조 2,229억원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것은 속도다. 지난 1월 5일 300조원을 넘어선 지 불과 약 100일 만에 100조원이 추가로 불어났다. 일평균 약 1조원씩 시장에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100조→400조, 가속화되는 성장 곡선
국내 ETF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023년 6월 100조원을 처음 넘어선 이후, 200조원 달성까지는 약 2년이 걸렸다. 그러나 300조원에서 400조원까지는 단 3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거래대금 측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2024년 3조 5,000억원에서 2025년 5조 5,00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6년에는 17조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폭증했다.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44%에서 2026년 약 60%까지 확대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전환으로 분석한다. 개별 종목 중심의 거래에서 지수 추종 중심으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호황에 지정학 변수까지… 파란만장한 3개월
400조원 돌파의 배경에는 증시 호황이 자리한다. 코스피가 6,000선을 재탈환하면서 주가 상승과 투자자 자금 유입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관련 테마 ETF의 수요도 급증했다.
다만 경로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ETF 순자산은 지난 2월 27일 387조 6,420억원까지 치솟았다가, 3월 이란 전쟁 여파로 월말에는 360조원까지 급감했다. 이후 4월 초 미국·이란 휴전 기대감이 형성되자 자금이 재유입되기 시작해 40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2% 이상 오른 점을 고려하면 ETF 순자산이 400조원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4월 14일 기준 ETF 총 순자산은 398조 1,36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전날 대비 하루 새 5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국민 재테크’로 자리 잡은 구조적 이유
시가총액이 가장 큰 ETF는 KODEX 200으로 21조 5,214억원에 달했다. TIGER 미국S&P 500(15조 7,976억원)과 TIGER 반도체TOP10(9조 6,053억원)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ETF가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부상한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으면서도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특성상 개별 종목 대비 안정성이 높고, 공모 펀드보다 운용 보수가 저렴하다는 강점이 소매 투자자층을 빠르게 흡수했다.
상품 다변화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미국 우량주, AI 반도체, 단기 채권, 고배당주 등 자산군이 다양해진 가운데, 하락장에서도 콜옵션을 활용해 일정 수익을 창출하는 커버드콜 ETF의 성장이 특히 두드러졌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TF 시장 급성장의 최대 수혜주로 민간지수사 에프앤가이드를 꼽으며, 인프라 업체에까지 긍정적 파급효과가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