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이사 못 가?”… 수억 원 날리게 생긴 사람들, 이제 어떡해요

“새집으로 이사 가려 했을 뿐인데”
정부의 새 부동산 규제 때문에
수억 원의 세금 덫에 걸렸다

새 보금자리로 이사하려던 평범한 사람들의 꿈이 하루아침에 악몽으로 변하고 있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집을 옮기는, 이른바 ‘갈아타기’에 나선 이들이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에 발목이 잡혀 ‘세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기막힌 상황에 놓인 일시적 2주택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꼼짝없이 갇혔다, ‘팔 수 없는 집’

문제는 복잡하게 얽힌 세 가지 규제에서 시작된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이유로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구역 안에서 집을 사려면 반드시 2년 이상 직접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막혔고, 이는 곧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은 팔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이 불을 지폈다. 세입자가 원하면 추가로 2년 더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다.

집주인이 집을 팔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싶어도, 세입자가 이 권리를 사용하면 최장 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원래 법에서는 이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집이 두 채가 된 사람들에게 3년 안에 기존 집을 팔면 1주택자와 똑같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줬다.

하지만 앞선 두 규제 때문에 3년은커녕 4년 넘게 집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양도세 중과’ 조치가 내년 5월 9일 부활을 앞두고 있다.

현 정부는 이 제도를 잠시 유예해왔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세금이 추가된다.

정부가 고가 주택은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까지 공식화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팔 것인가, 물려줄 것인가… 깊어지는 고민

벼랑 끝에 몰린 집주인들은 결국 ‘증여’라는 다른 길을 찾고 있다. 무거운 양도세를 내고 파느니, 차라리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881건으로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자산 재조정’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을 사고파는 ‘갈아타기’는 시장이 숨 쉬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이라며 “정부의 일률적인 규제가 이 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에 예외를 두거나,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는 등 세심한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