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청약 열풍과 공급난이 불러온
‘바늘구멍 경쟁’
“청약 경쟁률이 엄청나다고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저도 접수하기는 했어요”, “청약 당첨만 되면 대박 맞는 건데, 안 넣으면 손해잖아요”
‘로또 청약’이 서울 아파트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며 경쟁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덕에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청약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은 극히 적었지만, 청약 통장은 역대급으로 몰려들었다.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은 단 3319가구였다. 그러나 청약 접수 건수는 무려 51만 2794건으로 평균 경쟁률은 154.5대 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경쟁률(57.36대 1)보다 2.7배, 금리 인상 영향으로 경쟁률이 하락했던 2022년(10.90대 1)보다 14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특히 강남 지역의 신규 분양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7월에 청약을 받은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펜타스’는 평균 경쟁률 527.3대 1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는 시세보다 20억 원가량 저렴한 분양가로, 청약자 9만 3864명이 몰리며 열기를 입증했다.
이와 비슷하게 8월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는 71가구 모집에 2만 8000여 명이 몰려 40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전문가들은 “한정된 공급 물량이 초과 수요를 만들어 경쟁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은 지난해 4833가구, 2022년 6707가구에 이어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만점 청약도 등장… 5인 가족이 아니면 어렵다
청약 경쟁이 과열되면서 높은 가점을 요구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영등포구 당산동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에서는 최고 가점이 74점에 달했다.
이 점수를 받으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충족하고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4인 이상 가족이 청약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뜻한다.
로또 청약은 청약 당첨자에게는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지만, 경쟁에서 밀려난 대다수의 수요자에게는 좌절을 안긴다.
특히, 청약 경쟁률의 상승은 주택 공급 부족과 분양가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청약 경쟁률 상승은 제한된 공급량과 로또 청약 열풍이 빚은 결과”라며 “서울에서 신규 분양이 점점 줄어들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