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오히려 영끌 더 자극했다
8월, 은행으로 달려간 영끌족
부동산 마련에 대출로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소위 ‘영끌족’들이 최근 대출 규제를 앞두고 은행에 몰려가면서 가계 부채와 주담대 증가폭이 역대 최대로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시중 5대 은행으로 통하는 KB국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에서 지난 8월에 발생한 가계 대출은 725조를 돌파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하는 주택담보대출 또한 268조로 지난 7월 말보다 8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어, 가계 대출은 역대 최대 폭으로 상승을 기록한 셈이다.
시중 은행의 초강수
최근 5대 은행에서는 대출 금리 인상만으로는 늘어나는 가계 대출을 막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가계 대출 조이기’라는 공동의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신한 은행에서 지난 8월 26일부터 갭투자를 막기 위하여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KB 국민 은행은 8월 29일부터 만 34세 이하를 대상으로 내놓았던 최장 50년 주담대 만기를 수도권 주택일 경우에는 30년으로 축소하였다.
KB 국민 은행은 9월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은 임차보증금이 늘어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며,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이 중단된다.
NH농협에서는 9월 6일부터 유주택자의 수도권 소재 주택 추가 구매 목적의 주담대를 중단할 예정이다.
우리 은행은 9월 9일부터 이사 시기 불일치 같은 일시적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유주택자의 수도권 추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카카오뱅크까지 규제 참여
8월 말부터 시중 은행의 대출 규제 소식이 전해지자, 카카오뱅크 앱은 주택담보대출을 위해 알람을 맞춰놓고 ‘오픈런’을 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5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자, 접근성이 높은 카카오뱅크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역시도 9월 3일부터 무주택 세대에게만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며, 주택담보대출 만기도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그 외에도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처럼 시중 은행의 갑작스러운 초강수 주택 대출 규제가 이어진 덕분에, 주택 구매를 계획하고 있던 실수요자들까지 미리 대출을 받게 되어 올해 8월의 가계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상황이다.
‘패닉바잉’ 전망은?
한편, 현재의 대출 상승 폭은 2021년보다 가파르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시기의 부동산 패닉바잉(불안감으로 인해 가격의 합리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사들이는 행위) 상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잠실을 대표하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3대장이 전 고점을 회복하면서 강남 지역 부동산은 불장을 예고하였고, 노도강으로 묶이는 노원, 도봉, 강북 지역에서도 신고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다만, 아직 전국적인 불장이었던 2021년과 2022년의 상황과는 다르게 서울 지역 위주로 신고가 경신 소식이 전해져, 이번 대출 규제로 인해 2021년 같은 부동산 불장의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이번 대출 규제로 인해 차츰 패닉바잉이 줄어들면서 당분간 부동산 시세는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