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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한 달 새 11만명 해지
사라진 ‘청약 메리트’…29개월째 가입자 감소세
인터넷은행
출처 : 연합뉴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얼마 전 한숨과 함께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수년간 매달 10만 원씩 부어온 통장이었다.

그러나 세 차례나 도전했던 서울 아파트 청약은 번번이 광속 탈락이었고, 기약 없는 당첨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주식이나 대출 이자 상환에 쓰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김 씨의 선택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내 집 마련 필수품’으로 불리던 청약통장이 이젠 잊혀진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만 11만 명 넘는 사람들이 청약통장을 깨며 시장을 떠났다.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청약 당첨 확률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현실에서 청약통장의 ‘가성비’는 급격히 떨어진 셈이다.

소득공제 등 혜택에도 5년미만 가입자 이탈↑

청약통장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2660만9366명으로, 한 달 새 무려 11만176명이 줄었다.

이는 22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2859만9279명을 정점으로 29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신규 가입자보다 해지자가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달 기준 3.3㎡당 472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8% 급등했다.

청약통장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 둘째, 무주택자에게 주어지는 ‘내 집 마련 기회’였다.

청약통장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 두 가지 매력은 최근 들어 의미를 잃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면서 강남 3구나 용산구를 제외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경우도 많아졌다.

과거처럼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로또 청약’은 이제 강남권에서만 가능한 신기루가 되어버렸다.

서초구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청약 경쟁률이 482.8대 1,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268.7대 1에 달했다. 만점이 84점인 청약가점이 70점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청약통장 해지의 또 다른 이유는 경기 불황이다. 생활비 부담과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청약통장을 깨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약통장
출처 – 뉴스1

가입 기간이 짧은 이들의 이탈이 특히 두드러진다. 5년 미만 가입자는 작년 11월 1197만7535명에서 올해 11월 1067만5744명으로 130만 명 넘게 줄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이 청약통장에 묶여 있는 돈을 빼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정부는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올해 초 청약통장 금리를 0.3%포인트 올려 최대 3.1%로 인상했고,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 인정액도 기존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납입액 소득공제 한도를 기존 24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늘려 혜택을 강화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청약통장
출처 – 뉴스1

주택도시기금도 적신호가 켜졌다. 청약통장 납입액은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이기 때문이다. 기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 신혼부부 디딤돌대출 등 주거 복지에 사용된다.

하지만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로 기금 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로 주택도시기금 운용 잔액은 2022년 3분기 41조2021억 원에서 올해 3분기 21조9021억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청약통장은 과연 다시 ‘내 집 마련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정부는 각종 지원책으로 청약 시장을 살리려 하고 있지만, 분양가 상승과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한 청약통장의 가치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청약통장을 깨며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주거 현실이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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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 그것보단 청약통장을 쌈짓돈으로 쓰니 믿을수가 있나.. 130만명 빠졌다고 40조가 20조가 되겠냐.딴데 쓰니 뺀ㄱ 어차피 가능성도 없고 돈도 묶이는거 해지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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