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50대 주부 A씨는 지난 1월 유튜브에서 ‘재택 손 부업’ 광고를 보고 연락을 남겼다가 1,000만원을 잃었다.
피규어 포장이나 스티커 부착 같은 단순 작업으로 주당 7~8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끌렸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처음엔 3만원이 실제로 적립됐다. 하지만 ‘재고 부족’을 이유로 포장 작업은 계속 미뤄졌고, 대신 ‘팀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쇼핑몰 물건을 대신 구매하면 수익금을 얹어 돌려준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텔레그램 단체방에서는 다른 참여자들이 돈을 받았다는 메시지가 쏟아졌고, 어느 날 갑자기 방은 사라졌다.
2026년 들어 이 같은 ‘팀미션 사기’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짧은 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에는 “8,000만원 털렸다”, “대출까지 받았다”는 피해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건축 전기공 B씨는 3억 2,000만원을 잃었다. 고물가 속에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을 찾는 주부, 고령층, 대학생 등 경제적 취약 계층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초기 소액 지급으로 신뢰를 쌓는 ‘신뢰 형성형 사기’
이 사기의 핵심은 정교한 신뢰 구축 과정이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초기에 실제로 소액이 입금돼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영상 시청이나 간단한 리뷰 작성으로 3,000원에서 10만원까지 실제로 지급하며 안심시킨 뒤, 텔레그램 단체방이나 별도 사이트로 유도한다. 이후 “일정 금액 이상을 수행해야 출금이 가능하다”며 수십만원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수천만원대까지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구조다.
KBS 추적60분이 추적한 결과, 이 조직은 해외 본부를 두고 국내에서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며, 모집책은 피해자 1명당 8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권이나 포인트 형태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해외 서버를 이용해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계좌는 여러 개로 분산 사용되고, 메신저 대화는 갑자기 삭제돼 수사와 처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알고리즘이 타깃팅한 절박한 사람들
사기 광고는 ‘일당 당일 지급’, ‘선급 가능’, ‘초보자 가능’ 같은 문구로 관심을 끈다. 특히 짧은 영상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부업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런 광고를 집중적으로 노출시킨다. 실제로 부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과 “하루 3만원 벌었다”는 후기까지 등장해 신뢰도를 높인다. 광고 컨설팅 업체에 비용만 내면 유튜브 라이브 접속자 수나 실시간 댓글까지 조작할 수 있어, 성공 사례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 맘카페 이용자는 “쿠팡 손 부업을 인스타그램에서 거의 매일 보는데 진짜 있는 건가요? 무릎이 안 좋아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물었다. 짧은 영상 플랫폼에는 “이거 사기인가요?”, “해보신 분 있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실제 신청 방법을 묻는 댓글이 끊이지 않는다. 절박한 경제 상황을 노린 광고가 계속 노출되면서 사기 수법도 더욱 정교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적색 신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재택 부업은 출금을 조건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거나 팀 미션 형식으로 물건 구매를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소액이라도 선입금을 요구하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식 사업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거나 메신저로만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 통장이나 계좌를 요구하거나 보증금을 요구하는 구조는 일반적인 회사의 고용 방식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적은 노력으로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하는 광고는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주부나 대학생처럼 부업을 가볍게 접근하기 쉬운 계층은 릴스나 쇼츠 같은 짧은 영상 광고를 보고 쉽게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물가 시대, 추가 소득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하지만 ‘쉽고 빠른 돈벌이’라는 말 뒤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함정이 숨어 있다. 소액 지급으로 신뢰를 쌓은 뒤 큰 금액을 요구하는 패턴, 선입금이나 팀 미션을 요구하는 구조는 명백한 경고 신호다. 무엇보다 공식 사업자 정보 확인, 메신저 상담 거부, 선입금 요구 시 즉각 중단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절박함을 노리는 사기는 계속 진화하지만, 기본적인 경계심만 유지해도 대부분의 피해는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