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밥상을 흔들었다…국민 10명 중 9명 ‘물가 올랐다’ 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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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김밥 판매점 / 연합뉴스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국민 다수가 군사·안보 문제가 아닌 ‘생활경제 위협’으로 이 전쟁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쟁 뉴스에 노출된 국민 10명 중 8명 가까이가 불안을 경험했고, 그 배경엔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가 자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2026년 4월 전국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중동전쟁 관련 정보와 국민의 경제 상황 인식’ 보고서를 5월 19일 발간했다. 중동전쟁 관련 정보에 노출된 응답자의 77.8%가 불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불안의 원인으로는 ‘유가 및 물가 상승 우려’가 96.6%로 가장 높았고, ‘경기침체 심화’가 94.2%로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의 국방·안보 상황 우려’는 67.4%에 그쳐, 국민이 이 전쟁을 군사적 문제보다 생활경제 문제로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외식·여행·자가용…지갑부터 닫혔다

응답자 88.2%는 실제로 생활물가 상승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72.8%는 소비생활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으며, 소비를 줄인 항목은 외식(43.6%), 여행(43.2%), 자가용 이용(41.2%)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패턴을 전형적인 ‘선택적 소비 위축’으로 분석한다. 주거비·의료비·교육비 등 필수 지출은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불안이 커질수록 외식·여행·교통비 같은 여가성 지출부터 삭감된다는 것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기준, 이 세 항목이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대 초반 수준으로, 동시에 위축될 경우 내수 서비스업과 자영업 전반에 의미 있는 충격이 전달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4월 소비자 체감 물가
연합뉴스

한국은 원유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며, 중동 편중도가 높은 구조다.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유가 상승 → 수입물가 상승 → 체감물가 급등이라는 경로가 반복돼 왔다. 코로나19 이후 이미 물가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중동전쟁 장기화가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겹친 셈이다.

불안하지만 사재기는 없다…SNS·AI는 다르다

의료·위생 물품의 수급 불안을 우려한다는 응답은 77.8%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로 생필품을 평소보다 많이 구매했다는 응답자는 12.7%에 그쳐, 불안 심리가 아직 집단적 사재기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SNS, 온라인 커뮤니티, 생성형 AI를 많이 이용하는 집단에서는 비축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미디어 연구자들은 SNS와 AI가 자극적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위기 정보를 그럴듯하게 유통시키며 불안을 증폭시키는 환경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마스크 대란, 요소수 부족 사태 등을 겪으며 정부가 일정 기간 내 공급을 회복해온 경험이 전면적 사재기를 억제하는 학습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류세 인하·가격상한제 찬성…언론엔 ‘검증’ 요구

정부 정책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유류세 인하 찬성이 88.4%, 석유 가격 상한제 찬성이 86.3%로, 직접 가격 안정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단기적으로 서민 가계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세수 감소와 재정 부담, 에너지 절약 유인 약화 등 부작용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응답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언론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로 ‘허위 정보·루머 검증’을 1순위로 꼽았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를 SNS·AI 등 불확실한 정보 환경 속에서 언론에 ‘최후의 검증자’ 역할을 요청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공포를 증폭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수치와 구조에 근거한 투명한 설명이 국민의 심리적 피로와 소비 위축을 줄이는 데 핵심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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