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0만 마리에 달하는 유기·유실동물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국가 시스템은 여전히 ‘공고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국 228개 동물보호센터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보호동물 4마리 중 1마리 이상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는 실정이다.
보호센터는 넘치고, 시스템은 멈춰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동물보호센터 228개소의 센터당 평균 수용 규모는 496마리에 달한다. 보호동물의 안락사 비율은 27.9%로, 구조된 동물 10마리 중 거의 3마리가 생존하지 못하는 셈이다.
문제는 숫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식 통계에 잡히는 10만 마리가 실제 규모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민간 사설 보호소와 구조 전 사망 개체 등이 빠져 실제 유기동물 수는 20만~3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명절 연휴 직후에는 유기가 급증해, 최근 5년간 설 연휴 후에만 6,000여 마리가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온오프라인 단절’…국가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
현재 운영 중인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은 유기동물의 구조·보호 사실을 알리는 단순 공고 기능에 그치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입양을 원하는 동물을 확인해도 실제 입양을 위해서는 시민이 직접 보호센터를 방문해 복잡한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온오프라인 단절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통계의 신뢰성도 문제다. 동물등록 정보와 유기동물 관리 정보가 별도로 관리되고 있으며, 지자체마다 품종·건강 상태 입력 기준이 달라 전국 단위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25~2029년)’을 통해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 모델에서 찾는 해법, ‘피어프리’와 민관 협력
전문가들은 단순 수용 기능을 넘어 입양 전 상담·교육을 표준화하고, 입양 후 건강관리와 사후 모니터링까지 연계하는 ‘표준 운영 모델(SOP)’ 도입을 촉구한다. 서울시의 경우 2022년 마취포획 방식을 도입한 이후 민원 신고가 37% 감소(2022년 561건→2025년 353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해외 모범 사례로는 미국의 동물 행동학 전문 프로그램 ‘피어프리(Fear Free)’가 주목받는다. 동물의 불안과 스트레스 감소에 초점을 맞춘 이 모델은 현재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도입됐으며, 케어 방식 개선 만족도 96%, 안전사고 발생률 저하 93%라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VIP동물의료센터 등 일부 동물병원이 이를 도입해 국제 수준의 복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 관계자는 “민관 협력을 통해 입양률 개선 효과를 검증하고 사후관리 체계를 실증한다면 국가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 인증 기준을 기반으로 한 민간 참여형 동물복지 인증 모델이 도입되면, 반려동물 보험·의료·교육 서비스와 연계 가능한 복지·산업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해마다 수만 마리의 동물이 시스템의 공백 속에서 생명을 잃고 있다. 단순 공고를 넘어 입양부터 사후관리까지 연결되는 통합 복지 체계로의 전환, 그것이 지금 국가 동물보호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