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성인 2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충격적인 통계가 나왔다. 더 심각한 것은 지역에 따라 비만율이 최대 2배 이상 차이를 보이며, 비만이 우울감과 자살생각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인 건강정책으로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경인여대 김귀현 교수가 2022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만 20세 이상 성인 6,146명 중 52.1%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한비만학회 기준(체질량지수 23㎏/㎡ 이상)을 적용한 수치다. 특히 농어촌 지역 비만율은 58.6%로 도시 지역 50.4%보다 8.2%포인트나 높았다.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는 지역 간 격차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남과 제주가 각각 36.8%로 가장 높았고, 세종시는 29.1%로 가장 낮아 7.7%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다. 시군구 단위로 들어가면 격차는 더 극명해진다. 최근 3년 평균 비만율은 충북 단양이 44.6%로 전국 최고, 경기 과천은 22.1%로 최저를 보여 약 2배 차이가 났다.
농어촌은 인프라 부족, 도시는 스트레스가 주범
지역별 비만 원인은 제각각이다. 김 교수는 “도시에서는 고소득층의 외식과 고열량 식사가, 농어촌에서는 인프라 부족과 고령화, 활동량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시 지역에서는 소득이 중상위 이상인 그룹에서 비만율이 높았지만, 농어촌에서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비만이 나타났다. 농어촌의 경우 40세 이상 중장년층 비만율이 특히 높았는데, 이는 걷기 인프라와 체육시설 부족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직업을 가진 경우 비만율이 도시 65.3%, 농어촌 69.9%로 모두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장시간 근무와 불규칙한 식사 패턴, 운동 시간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남성 비만율은 58.6%로 여성 41.4%보다 현저히 높았으며, 도시에서는 20~59세 사회활동층에서 비만이 집중됐다.
비만이 부르는 정신건강 위기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를 넘어 정신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군은 비비만군에 비해 스트레스 인지율이 높았고, 우울감과 자살생각 경험 비율도 모두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자살계획과 관련된 위험도는 도시 지역이 농어촌보다 높았다. 김 교수는 “경쟁적 사회환경과 심리적 부담이 도시 비만인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비만인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이는 다시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환경적,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공중보건학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특성 반영한 맞춤형 정책 시급
전문가들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건강정책을 제안한다. 도시 지역에서는 직장 중심의 스트레스 관리와 수면개선 프로그램,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신체활동 증진, 영양교육, 걷기 인프라 확충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만율 36.8%를 기록한 전남도는 2028년까지 이를 33.8%로 낮추겠다는 목표 아래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전 시군으로 확대했다. 생활체육 지도사와 연계한 신체활동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중대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만 예방을 위해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