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수입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15%의 별도 관세율이 적용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이번 조치에 서명했다. 법적 근거가 된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제한·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의약품에 적용된 것은 냉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中·印엔 100%, 한국엔 15%…커지는 경쟁 격차
이번 관세 정책은 국가별로 뚜렷한 차등을 두고 있다. 한국·일본·EU·스위스는 15%, 영국은 10%의 별도 관세율을 적용받는 반면, 중국·인도·싱가포르 등 경쟁국은 100% 관세를 그대로 부담하게 된다.
특히 복제약(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및 관련 원료는 1년간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조합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관세 감면은 대형 제약사 기준 120일, 중소 제약사는 180일 후 발효된다.
‘200% 엄포’에서 ‘15% 협상 타결’로…외교 성과 평가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7월 의약품에 2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2025년 9월에는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지 않은 기업에 100%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15% 적용이 초기 위협 수준에서 협상을 통해 대폭 완화된 결과로 평가한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미국이 대다수 국가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파격적인 조치 속에서도 한국을 주요 무역협정국으로 분류해 예외를 적용한 것은 한국이 미국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동맹국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단기적으로는 기존 대응 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공급망 재편과 비미국 시장 진출 확대 등 다변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기업들 “이미 준비 마쳤다”…변수는 ‘1년 후 재평가’
주요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약 2년치 원료의약품 이전을 완료하고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며 추가 증설 계획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도 이미 미국 현지 생산을 진행하고 있어 관세 준비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완료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제네릭·바이오시밀러의 무관세 혜택이 1년 뒤 재평가를 받는다는 점은 잠재적 불확실성으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지 생산 거점을 이미 구축한 만큼 재평가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 변경이 빈번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외교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