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석유 비축기지 원유 90만 배럴이 북한으로 넘어갔다.”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이 한 줄의 문장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중동전쟁 장기화라는 불안한 국제 정세를 틈타, 국내 소셜미디어(SNS)에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은 4월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중동전쟁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한 SNS 계정 33개를 7개 시도경찰청이 수사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직접 수사 현황을 밝힌 것으로, 유튜브와 엑스(X·옛 트위터)가 주요 단속 대상 플랫폼이다.
90만 배럴 ‘북한 유입설’에서 ‘달러 강제 매각설’까지
이번 수사의 핵심 대상은 두 가지 허위정보다. ‘울산 석유 비축기지 원유 90만 배럴 북한 유입설’과 ‘정부 달러 강제 매각설’이 대표적이다. 두 가짜뉴스 모두 에너지·환율 등 민감한 경제 정책 영역을 겨냥해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해는 정부 기관에도 미쳤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관련 허위정보 유포자를 직접 고발했으며, 고발 건수는 3건에 달한다. 집중 수사 대상인 유튜브 계정 4개는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해 확산력이 특히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지난 3월 한 달간만 500건 이상의 삭제·차단 요청을 플랫폼 측에 보냈다.
허위정보 TF 6개월…132명 송치, 구속 5명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허위정보 유포 단속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왔다. 4월 8일까지의 집계 기준으로 132명을 송치했으며, 이 중 5명은 구속됐다. 현재 수사 중인 건수는 312건으로,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21건과 업무방해 11건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현행 처벌 구조의 한계를 지적한다. 가짜뉴스 제작자가 적발되더라도 영상 조회 수 기반의 광고 수익이 이미 상당액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잡혀도 이득’인 구조가 억제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단순 행정 처분만으로는 근절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구글·X와 국제 협력 논의…선거 범죄 단속도 병행
경찰은 해외 플랫폼과의 협력 강화에도 나섰다. 박 본부장은 “구글이나 엑스 등과 협력 관계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플랫폼 및 법집행기관과의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범죄 단속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1,509명을 수사해 197명을 검찰에 넘겼으며, 1,063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허위정보가 정치적 목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가짜뉴스는 단순한 허위 정보를 넘어 경제적 공황과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는 사회적 위협으로 자리잡았다. 경찰의 수사망이 넓어지고 있지만, 제도적 억제력 강화와 플랫폼 책임 확대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