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km가 넘는 부두, 100명의 보안 인력, 그리고 끊이지 않는 밀입국 시도. 국내 최대 항만 중 하나인 인천 내항이 고질적인 보안 취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례 없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2026년 하반기 인천 내항 일부 구역에 무인 순찰 로봇 2대를 투입해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국내 항만 시설에 무인 순찰 로봇이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405m 부두, 100명 인력의 한계
인천 내항은 부두 길이 9,405m, 총 8개 부두를 갖춘 대형 항만 시설이다. 현재 정규 보안 인력 약 100명이 교대조로 근무하지만, 광활한 부지를 24시간 빈틈없이 감시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특히 심야 시간대에는 배치 인력이 줄어 순찰 공백이 발생하고, 정박 선박이 많은 환경 특성상 승하선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밀입국 시도, 반복되는 보안 사고
실제로 인천 내항에서는 외국 선원의 무단 이탈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2025년)에는 베트남 국적 선원이 정박 중인 선박에서 홋줄을 이용해 무단 하선한 뒤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2023년에도 싱가포르 국적 화물선 선원이 무단 하선해 항만 보안 울타리를 넘으려다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직적 밀입국·밀반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긴장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AI·자율주행 탑재 로봇, 심야 관제 핵심 역할
이번에 도입되는 무인 순찰 로봇은 자율주행 플랫폼과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핵심으로, 실시간 영상 촬영·송출 기능과 자동 충전 스테이션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사람이 직접 통제하지 않아도 정해진 구역을 스스로 순찰하고 이상 상황을 즉시 관제센터로 전송할 수 있다.
IPA는 우선 임대 형식으로 로봇을 빌려 시범 운영하고, 관제 실효성이 입증되면 정식 매입으로 전환하는 단계적 도입 방식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자율주행 기반 보안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2023년 12월 충남 내포신도시가 전국 최초였으나, 항만 시설 적용은 인천항이 처음이다.
IPA 관계자는 “야간이나 보안 취약 시간대를 틈탄 선원들의 무단 승하선 행위 발생 우려가 있다”며 “보안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로봇 시범 운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항의 무인 순찰 로봇 도입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맞물린 국내 항만 보안 체계의 구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시범 운영의 성패가 향후 전국 항만으로의 확산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