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지구의 바다가 또 한 번 위험 신호를 보냈다. 해양 평균 수온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데 이어, 북극 해빙 면적은 역대 두 번째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순한 기상 변동이 아닌 구조적 온난화의 가속을 보여준다고 경고한다.
전 지구 기온 14.89°C… 산업화 이전보다 1.43도 높아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지난 8일 공개한 월간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4월 전 지구 평균 기온은 14.89°C로 집계됐다. 1991~2020년 평균보다 0.52°C 높은 수치로, 공동 역대 3번째로 더운 4월로 기록됐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선명해진다. 무려 1.43°C나 높은 수치로, 국제사회가 마지노선으로 삼는 ‘1.5°C 억제 목표’에 불과 0.07°C 차이까지 육박했다.
바다가 끓는다… 해양 수온 21°C, 적도 태평양 해양 폭염
지구 기온 상승을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바다였다. 남북위 60도 사이 해양의 4월 평균 수온은 21.00°C로,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특히 적도 태평양 중부에서 미국·멕시코 서부 연안에 이르는 광범위한 해역에서 강한 해양 폭염 현상이 나타났다.
한반도 주변 해역도 예외가 아니다. 동해를 포함한 4월 평균 해수면 온도는 13.6°C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4년 4월의 14.3°C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C3S는 이 같은 해수 온도 상승을 배경으로 “앞으로 수개월 안에 엘니뇨 조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 세계 기온을 추가로 끌어올리고 극한 기상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만약 올여름 엘니뇨가 본격화한다면, 한반도의 폭염과 집중호우 위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북극 해빙 5% 감소… 이상기후 전 세계 강타
극지방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4월 북극 해빙 면적은 평년 대비 약 5% 감소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낮은 해빙 면적 흐름이 봄까지 지속된 것이다. 남극 해빙 역시 평년보다 10% 적어 11번째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북극 해빙의 급감은 제트기류 약화로 이어져, 이상 한파와 폭염이 교차하는 극단적 기상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4월 한 달 동안 중동과 남중앙아시아에서는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잇따랐고, 이란·아프가니스탄·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 등지에서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아라비아반도 전역에서는 돌발 홍수가 쏟아졌고, 남아프리카에서는 반대로 극심한 가뭄이 보고됐다.
태평양에서는 4월 슈퍼태풍이 발생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연출됐다. 태풍 실라코(4호)는 강도 5 슈퍼태풍 수준까지 발달했는데, 4월에 이 정도 강도의 태풍이 형성되는 것은 과거에는 드문 일이었다. 지역별 기온 편차도 극명했다. 스페인은 역대 가장 더운 4월을 기록했지만, 동유럽은 오히려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 같은 지구에서 서로 다른 기후 극단이 동시에 펼쳐졌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4월 데이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강조한다. 2024년 역대 최고 기록 이후에도 고온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으며, 엘니뇨 복귀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2026년 하반기에는 더욱 강력한 기상 재해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것은 ‘기상이변’이 아닌, 새로운 기후 표준이 되어가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