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가 올 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일제히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고 있다. 당초 시장의 예상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성장세가 확인되자, 낙관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체 성장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한 섹터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편중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IB들, 한 달 만에 전망치 0.3%p 올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월 말 기준 2.4%로 집계됐다. 3월 말 2.1%에서 한 달 만에 0.3%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상향 폭이 가장 큰 곳은 JP모건으로, 2.2%에서 3.0%로 0.8%p를 높였다. 씨티는 2.2%에서 2.9%로 0.7%p, 골드만삭스는 1.9%에서 2.5%로 0.6%p를 각각 올렸다. 바클리와 노무라도 각각 0.4%p, 0.1%p 상향 조정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HSBC는 1.9%, UBS는 2.2%를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IB 8곳은 지난 1월 말에도 한국은행 전망치(1.8%)와 정부 전망치(2.0%)를 이미 웃도는 평균 2.1%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상향은 시장 기대를 재차 끌어올린 셈이다.
‘어닝 서프라이즈’의 진원지는 반도체
이번 IB들의 전망 상향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은행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다. 한국은행은 올 1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전망치였던 0.9%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깜짝 실적이었다.
이 같은 성장세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수출 호조로 분석된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0.8%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경제 성장의 과도한 반도체 의존도는 여전히 구조적 과제로 남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반도체 단일 업종이 전체 성장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는 현 구조가 장기적으로 취약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한다.
물가·내년 전망도 동반 상향…고유가 변수는 부담
내년(202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소폭 상향됐다. IB 8곳의 2027년 전망치 평균은 3월 말 2.0%에서 4월 말 2.1%로 0.1%p 올랐다. 씨티가 2.1%에서 2.4%로, JP모건이 1.9%에서 2.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내년 전망치를 1.9%에서 1.7%로 낮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성장 낙관론과 함께 물가 압력도 동반 상승하는 점은 변수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는 3월 평균 2.4%에서 4월 말 2.5%로 0.1%p 높아졌다. 내년 물가 전망치 역시 2.0%에서 2.1%로 상향됐다. 중동 분쟁에 따른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으로, 시장에서는 이를 성장률 개선과 동시에 주시해야 할 핵심 리스크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