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화재로 인한 제3자 피해를 최대 100억원까지 보장하는 정책성 보험이 도입된다. 주차장이나 충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옆 차량이나 시설이 손상됐을 때 신속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는 것이다. 정부는 12일 ‘전기자동차 화재안심보험’ 사업자 공모를 시작하며 27일까지 보험사 제안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도하는 이번 보험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운영된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화재 위험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고, 기존 보험으로는 충분히 커버되지 않는 대형 피해 사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보험료는 정부와 전기차 제작사·수입사가 공동으로 부담하며, 차주는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자동적으로 보험 적용을 받는다.
사고당 100억원, 기존 보험의 빈틈 메운다
이 보험의 핵심은 사고당 100억원 이상, 연간 총 300억원 이상이라는 대규모 보장 한도다.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1대가 화재를 일으켜 수십 대의 차량과 건물 시설이 동시에 피해를 입는 대형 사고를 상정한 설계다. 다만 자동차보험이나 제조물책임보험 등 기존 보험이 먼저 적용되고, 부족한 금액을 이 보험이 보완하는 2차 보상 구조로 운영된다.
보장 대상은 최초 등록 후 10년 이내 전기차가 주차 또는 충전 중 화재를 일으켜 발생한 제3자 대물 피해로 한정된다. 특히 등록 후 1년 이내 차량에는 무과실책임주의가 적용돼 제조사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우선 보상이 이뤄진다. 전기차 화재는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구제가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다.
제작사 의무 참여…7월부터 보조금 페널티
정부는 2026년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 차량을 판매하는 모든 제작사와 수입사를 보험 의무 참여 대상으로 지정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업체의 차량에는 7월 1일부터 보조금이 전면 중단된다. 사실상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이 보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는 올해 사업 준비를 위해 20억원을 지원하며, 총 보험료 규모는 최대 60억원 이내로 설정했다. 보험료 부담 방식은 보험사 선정 후 확정될 예정이다. 보험사는 6월 30일까지 선정되며, 이후 구체적인 보험료율과 운영 세칙이 확정된다. 업계에서는 보험료 부담 수준과 배분 방식을 놓고 제작사 간 이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 안정화 신호탄…소비 심리 회복 관건
이번 보험 도입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해소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전기차 화재 사고가 언론에 집중 조명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하주차장 출입 제한” “충전 기피” 등의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기후부 정선화 녹색전환정책관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만큼 보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보험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보험 운영 과정에서 보상 기준의 명확성, 신속한 지급 절차, 제작사의 적극적 협조가 담보돼야 정책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