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구직을 포기하는 20대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취업난을 넘어 청년층이 노동시장 자체에서 이탈하는 ‘구조적 단절’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0대 구직단념자는 7만 3407명으로 전체(35만 4000명)의 20.7%를 차지했다. 30대(5만 8653명), 40대(5만 704명), 50대(4만 5760명), 60대(6만 8947명)를 모두 웃도는 규모다.
사회 초년생인 20대가 오히려 다른 연령대보다 먼저 구직 의지를 잃는 역설적 상황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41개월 연속 감소…청년 고용 지표 전방위 악화
청년 고용 지표 전반이 악화 일로다. 지난 3월 2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6만 7000명 감소했고,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역시 14만 7000명 줄어 4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층 고용률은 43.6%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하락하며 23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실업률은 7.6%로 올라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2026년 1분기 ‘고용보조지표'(실질 실업률)는 10.7%로 2021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표면적 수치보다 실질 고용 상황이 더 나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AI·경력직 선호·산업 재편…신입 문턱 삼중 장벽
전문가들은 구조적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기업들의 수시 채용 확대와 경력직 선호 강화다. 과거 공채 방식이 일정 규모의 신입을 선발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 위주로 채용이 이뤄지면서 실무 경험이 없는 청년층은 지원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가 됐다.
둘째는 인공지능(AI) 도입 확산이다. 신입이 맡던 단순·반복적 엔트리 업무가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청년층이 경험을 쌓을 진입 경로 자체가 차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셋째는 산업 구조 재편이다. 청년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점업,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에서 채용이 위축되면서 청년층이 집중되던 업종 자체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
“악순환 고착 전에 구조적 대응 필요”…정부 ‘청년 뉴딜’ 예고
구직 시장 밖으로 밀려난 청년들은 ‘쉬었음’ 상태로 머무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쉬었음’ 청년은 40만 2000명에 달한 반면, 취업준비자는 63만 4000명으로 7.5% 감소해 2015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청년보다 구직 자체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구조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취업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서 구직단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며 “또래 간 경쟁 심화로 심리적 위축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직무 역량 강화와 일경험 확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 뉴딜’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청년들이 AI 등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일경험 기회를 통해 노동시장 진입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년 고용 문제가 산업 구조, 채용 관행, 교육 시스템이 맞물린 복합 문제인 만큼 단기 지원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흐름이 반전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