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낙이었는데 “넉넉한 인심은 어디로”… 사장님도 서민들도 ‘울상’

사라진 겨울 길거리의 정
붕어빵 1천 원 시대의 역설
고물가와 노점상의 딜레마

찬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등장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했던 ‘국민 간식’ 붕어빵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싼값에 마음껏 즐기던 붕어빵은 이제 1마리에 1천 원을 지불하고도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귀한 음식이 되었다.

이처럼 붕어빵이 간식의 영역을 벗어나게 만든 배경에는 원재료값 폭등과 함께 노점상의 생존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1천 원 5마리’의 추억, 이제는 ‘금붕어’ 시대

지난 28일 오후, 서울 남영역 인근의 한 붕어빵 가게에서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20~30대 젊은 손님 20여 명이 추위를 견디며 꼬박 한 시간씩 줄을 서서 붕어빵을 구매했다. 이 가게는 인기가 높은 탓에 1인당 4천 원(6개)까지만 구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붕어빵의 기원은 1930년대 일본의 ‘다이야키'(도미빵)에서 유래했으며, 1990년대만 해도 1천 원 한 장으로 대여섯 마리를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2천 원에 3개를 판매하는 것이 보편화되었고, 경기도 일산 등 일부 번화가에서는 1마리당 1천 원에 판매하는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는 “요즘 붕어빵 가격은 붕어가 아니라 ‘금붕어’인 것 같다”며 간식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60대 노점상은 “예전에는 1천 원에 세 마리도 팔았지만, 이제는 2천 원으로 가격을 책정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어묵 국물마저 유료화, 원가 압박의 그림자

붕어빵 가격 상승과 노점상 감소의 이면에는 치솟는 원가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붕어빵의 주재료인 팥, 밀가루, 식용유 가격이 국제 곡물가와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인상되었다.

팥의 도매가격은 5년 전과 비교해 54%나 폭등했으며, 제과 기계에 사용하는 가스비 등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부담도 악화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줄었다.

이러한 비용 부담은 심지어 공짜로 제공되던 ‘어묵 국물‘까지 유료화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한 분식 노점에서는 어묵 국물에 컵당 100원에서 500원의 가격을 매겨 논란이 되었다.

이는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국물만 찾는 소위 ‘진상 손님’의 증가와 함께, 노점상들이 원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온라인상에서는 “예전의 넉넉한 인심은 찾아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오죽하면 저럴까 이해한다”는 엇갈린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붕세권 지도’ 등장과 유통업계의 변신

고물가와 영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붕어빵 시장도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길거리 붕어빵 판매대의 상당수가 구청 허가를 받지 않은 노점 형태로 운영되어 왔는데, 최근 지자체의 불법 노점 단속이 강화되면서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러한 희소성 덕분에 붕어빵 가게 위치를 찾아다니는 트렌드가 생겨났고, 생활 플랫폼 당근은 지난해 11월 시즌 한정으로 지역 주민들이 노점의 위치를 공유하는 ‘붕어빵 지도’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2021년 출시된 ‘붕어빵 지도’ 앱은 10만 명 이상 다운로드되면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수요를 증명한다.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춘 편의점들이 대규모로 제조된 ‘즉석 조리 붕어빵’ 등을 판매하며 시장에 뛰어든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한때 서민의 소소한 겨울 즐거움이었던 붕어빵은 이제 ‘특별 간식’으로 변모했지만, 그 속에서도 추억의 맛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점상의 이야기는 현대 한국 경제의 축소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