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좋아요” 외국인 몰려왔는데 “돈은 못 벌었다”… 이유는

1분기 관광객은 역대 최대 기록
관광수입은 줄고 관광수지 적자 확대
“이제는 ‘많이’보다 ‘깊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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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수지 적자 확대 / 출처 : 연합뉴스

“사람은 많은데, 남는 건 없다”는 말이 괜한 푸념이 아니었다.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380만 명을 넘어섰지만, 정작 한국 관광 수입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결국 관광수지는 33억 달러 적자(약 4조 5천억 원)로 돌아섰고, 이 격차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쓰는 돈보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온 사람은 많은데, 돈은 안 쓰고 갔다

22일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관광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은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도 0.7% 많아졌다.

하지만 관광수입은 같은 기간 23.8% 감소한 37억 8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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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수지 적자 확대 / 출처 : 연합뉴스

관광객 1인당 평균 소비액도 976달러로, 2019년 1290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의 배경으로 ‘질 낮은 관광 구조’를 지목한다. 크루즈 관광객이 대표적이다.

올해 1분기 전체 외래 관광객 중 7.4%가 크루즈선을 타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들은 하루 또는 반나절만 머무는 경우가 많아 숙박·식음료·쇼핑 소비가 제한적이다.

또 다른 원인은 ‘중국인 관광객의 부진’이다. 과거 면세점 매출의 중심이었던 중국 관광객의 소비력은 크게 위축됐고, 외국인 면세점 매출은 2019년 40억 달러대에서 올해 16억 달러로 급감했다.

반대로 한국인은 해외에 더 썼다

국내 소비는 부진한 반면, 한국인의 해외여행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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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수지 적자 확대 / 출처 : 연합뉴스

같은 기간 780만 명이 해외로 나가 70억 8000만 달러(약 9조 7천억 원)를 지출했으며, 이는 2019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황금연휴 기간 카드 사용 통계를 보면, 국내 사용은 3% 남짓 늘어난 데 그쳤지만, 해외 카드 결제액은 무려 17.5%나 증가했다.

신한카드 분석에 따르면 고물가 속에서도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이 많았고, 이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값진 경험을 기대한다”고 판단해 지출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국인은 적게 쓰고, 한국인은 많이 쓰는 ‘엇갈린 소비 구조’는 관광수지 적자를 더욱 키우고 있다.

실제로 관광수지 적자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쓴 돈보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이 많을 때 발생하는데, 이번 분기 33억 달러 적자는 2019년 같은 분기의 22억 달러보다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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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수지 적자 확대 / 출처 : 연합뉴스

관광업계는 이제 ‘양적 회복’을 넘어서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으론 일본처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광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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