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믿었다가 ‘날벼락’… ‘워시 쇼크’에 1조5천억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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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시세 하락
서울 종로구 한 귀금속 상가/출처-연합뉴스

“하루 아침에 투자금의 절반이 증발했습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은 가격이 1월 30일(현지시각) 수직 낙하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금은 12% 이상, 은은 무려 36% 폭락하며 46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2배 레버리지를 건 국내 은 선물 ETN은 6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문제는 최근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이 금·은 관련 ETF에 1조4,57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점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KODEX 은선물(H)’에만 8,363억원이 몰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약달러 정책과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로 귀금속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의 차기 의장 지명 소식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워시 지명이 촉발한 ‘달러 반전’

케빈 워시/출처-뉴스1

시장이 요동친 배경에는 이른바 ‘워시 효과’가 자리한다. 매파 성향으로 알려진 워시의 지명 소식에 시장은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달러 인덱스가 즉각 반등했고,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은 가격은 강력한 하방 압력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 투기자금의 대규모 차익 실현이 겹치며 폭락이 증폭됐다.

레버리지 상품의 피해는 더 컸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은 선물 ETN B’와 ‘KB S&P 레버리지 은 선물 ETN(H)’은 약 60% 폭락했다. 금 레버리지 ETN도 ‘메리츠 레버리지 금 선물 ETN(H)’이 26.36%, ‘KB 레버리지 금 선물 ETN(H)’이 25.64% 하락했다. ETF 시장에서도 레버리지·인버스를 제외한 하락률 상위 10개 중 9개가 금·은 관련 상품이었다.

“원금 보장 안 돼”… 레버리지의 함정

서울 시내 한 금은방/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위험성을 지적한다. 금융시장 분석가들은 “금 투자자의 98%는 실제 금을 소유하지 않고 ETF나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금 자체가 아니라 금을 받을 ‘권리’에 불과해, 금융 위기 시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배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이 30% 하락하면 60%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1월 2일부터 2월 2일까지 금·은 ETF에 순유입된 1조4,570억원 중 상당 부분이 고점에서 매수됐을 가능성이 크다. 금 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과 ‘TIGER KRX금현물’에도 이 기간 4,600억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일시적 조정” vs “구조적 붕괴”… 엇갈린 전망

금값 하락/출처-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일시적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증가를 경계하는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며 “연준의 큰 기조가 통화정책 완화인 만큼 금 투자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금 가격 예상 범위를 트로이온스당 4,350~6,000달러로 유지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도 “반등은 유효하다”며 “중국과 인도, 러시아 중앙은행은 연준 독립성에 대한 불신 때문에, 개인들은 법정화폐 전반에 대한 우려로 금·은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주요 투자은행들도 2026년 말 금값 목표가를 기존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조적 취약성을 경고한다. 시장 분석가들은 “과열된 자산시장의 레버리지 청산이 핵심 메커니즘”이라며 “단순 조정을 넘어선 강제 청산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워시의 이중적 이미지가 연준 독립성과 통화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며,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을 유발해 위험자산 전반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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