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 터진 조기퇴직
50대→40대로 내려간 퇴직 연령
AI 시대, 떠밀리는 중간관리자

40대 초반, 은행에서 10년 넘게 근무해온 A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회사가 희망퇴직을 권유한 것이다.
그동안 조기 퇴직은 50대 중후반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40대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권이 올해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금융 산업 전반의 판이 바뀌고 있다.
연공서열 중심의 전통적 조직문화에서 탈피해 디지털 중심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중간관리자급 인력의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40대까지 닥친 구조조정 칼바람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은행들의 누적 순이익은 21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조30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이 확대됐고, 기업금융 수요도 꾸준히 늘었다. 겉보기엔 탄탄한 실적이지만, 내부에선 전혀 다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1일까지 만 40세부터 56세까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기존보다 퇴직 연령이 크게 낮아졌고, 위로금도 20개월에서 28개월치 임금까지 차등 지급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인건비 절감 목적만은 아니다”라며 “조직 전반을 디지털 전환에 맞게 재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디지털 전환이 만든 구조조정

은행권에 불어닥친 디지털 전환 바람은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은행의 영업점 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AI 챗봇과 음성봇, 자동화된 대출 심사 시스템이 일상화되면서, 지점 중심의 전통 업무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 구조도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뀌고 있으며, 연봉이 높은 40대 중간관리자들이 ‘구조조정 1순위’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인 조치가 아닌 산업 전반의 장기적 변화라고 분석한다. 금융 산업의 근본적인 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건비 절감’은 전 산업의 흐름

이 같은 인력 구조조정은 금융권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통신업계 역시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약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대상은 만 50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직원이며, 위로금으로는 최대 5억원대에 자녀 학자금까지 포함된다. 전체 직원의 5.7%인 약 600명이 이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LG디스플레이도 이달 16일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대상은 근속 3년 이상 직원이며, 최대 36개월치 기본급과 자녀 학자금까지 제공된다.

한편 인력 감축은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아마존 내부 문서를 인용해 이 회사가 2030년까지 사업 운영의 75%를 자동화하고 최대 60만 개의 일자리를 로봇으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