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수천억 원을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이 단 하루 만에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됐다.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가 기습적으로 발표되면서, 지수 하락에 걸었던 포지션이 일순간 역풍을 맞은 것이다.
4월 8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가 전날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그 규모만 536억 원에 달했다.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이 상품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일 대비 14% 넘게 하락했다.
코스피가 하락해야 수익을 내는 ‘KODEX 인버스’ 역시 345억 원어치가 개인 손에 들어갔지만, 이날 7% 이상 내리며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협상 시한 90분 전, 트럼프의 한마디가 시장을 뒤집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 같은 베팅은 한국시간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종전 협상 시한을 앞두고 협상 결렬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시한 종료 90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국내 증시 정규장 시작 전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는 6.5% 급등했다. 장 초반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급등하며 유가증권시장에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원유 인버스는 ‘대박’…엇갈린 ETF 수익률
반면 같은 날 유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웃었다. 개인이 전날 187억 원어치 순매수한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이날 15.86% 상승하며 전체 ETF 종목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TIGER 원유선물인버스(H)’ 역시 14.7% 수익률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 이후 국제 유가는 급락세를 보였으며, 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4월 2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누적 손실 20%…1주일간 3,085억 베팅의 결말
이번 손실이 특히 뼈아픈 이유는 규모의 문제다.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개인이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순매수한 금액은 무려 3,085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 종목의 등락률은 -19.94%를 기록했다. ‘KODEX 인버스’도 1,228억 원이 몰렸지만 10% 가까운 하락률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휴전 합의 소식에 “전쟁 리스크가 정점을 통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2주간의 한시적 합의인 만큼, 시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잔존하며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