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91조 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는 사이, 정작 외국인의 시가총액 대비 지분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기현상’이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대규모 매도가 곧 ‘이탈’이라는 통념이 흔들리는 장면이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5월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91조 1,294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7,000선’을 돌파한 직후인 5월 7일부터 19일까지 단 9거래일 동안에만 41조 2,641억 원의 순매도가 집중됐다.
그럼에도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말 36.28%에서 5월 19일 기준 39.43%로 오히려 3.15%포인트 상승했다. ‘셀코리아’가 맞는지조차 의심케 하는 수치다.
‘팔수록 오르는’ 지분율의 비밀…포트폴리오 ‘극단적 압축’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 현상의 원인을 ‘포트폴리오의 극단적 압축’으로 분석한다. 그는 “외국인이 비주도주를 대거 처분하면서도 보유 비중이 높은 AI 및 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주도주를 유지했고,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압도적으로 웃돌면서 나타난 가치 상승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즉 외국인이 들고 남겨둔 반도체·AI 주도주가 올해 코스피 80% 넘는 급등 속에서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가 오히려 불어난 셈이다. 물량은 줄였지만, 남겨둔 종목이 너무 많이 올라 ‘잔고 비중’이 확대된 구조다.
“230조 팔았어야 비중 유지”…사실상 한국 비중 확대 용인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행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그는 “외국인이 연초 지분율 36%를 유지하려 했다면 올해 230조 원을 순매도했어야 한다”며 “실제로는 90조 원대만 팔고 지분율이 39%대로 올라선 것은 한국 비중 확대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연구원은 “한국 비중 중립을 가정하면 이론상 140조 원의 추가 매도 여력이 남아 있지만, 현재의 매도 속도를 감안할 때 이는 비현실적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개인이 떠받치는 코스피 8,000…수급 전환 변곡점은 6월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를 이어가는 동안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현물과 ETF를 통해 매물을 흡수하며 증시 강세를 견인했다. 실제로 5월 15일에는 코스피가 장중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급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장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김석환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매수 기조는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의존도가 높아 지수 조정 시 반대매매라는 부메랑에 직면하게 되며, 지속 가능성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외국인·기관 중심의 진성 매수세 전환, 반도체 외 섹터로의 이익 개선 확산, 변동성지수(VKOSPI)의 하향 안정이 코스피의 구조적 안착을 위한 과제라고 제시했다.
수급 전환의 시점과 관련해 이경수 연구원은 “MSCI 5월 리뷰에서 EM 내 한국 비중이 15.4%에서 21.7%로 상향되면서 패시브 자금의 추가 매수 유인이 생겼고, 6월 중순 예정된 MSCI 선진지수 편입 심사에서도 한국이 60% 확률로 긍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며 외국인 수급 전환 변곡점을 5월 말~6월 중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