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게 뺨 맞더니 “화풀이는 우리한테?”… 미국의 ‘황당 요구’에, 韓 농가 ‘피눈물’

태평양 건너 두 강대국의 힘겨루기
그 불똥이 우리 밥상으로 튀었다
정부는 “수입 확대 없다” 선을 긋지만…

“중국이 안 사주니 한국이 대신 사달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엉뚱하게 한국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힌 미국산 콩, 즉 대두를 한국이 더 많이 수입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면서 정부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왜 하필 ‘콩’이 문제인가

모든 사건의 시작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세계적인 농업 강국으로, 특히 대두는 가장 중요한 수출 품목 중 하나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 및 소비 국가로, 돼지사료의 핵심 원료인 대두를 엄청난 양으로 수입해왔다. 한마디로 미국은 최대 ‘판매자’, 중국은 최대 ‘구매자’였던 셈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자,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자 미국 농가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특히 대두 주요 생산지인 중서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기에,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농심을 달래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결국 미국은 쌓여있는 대두를 팔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고, 그 대상으로 동맹국인 한국을 지목했다.

최근 진행 중인 한미 통상 협상 테이블에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 안건이 공식적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요청을 넘어선 강력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이미 지난 7월,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수입 확대를 약속한 바 있어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농가와 업계의 엇갈린 반응

미국의 이러한 요구에 국내에서는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단연 농가다. 갑자기 값싼 미국산 콩이 대량으로 들어오면 국산 콩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판로가 막히게 된다.

반면, 두부 제조업체들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국내 두부의 약 80%는 수입 콩으로 만들어지는데, 최근 정부의 국산 콩 장려 정책으로 수입 물량이 줄면서 오히려 원료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 두부 제조업체 관계자는 “수입 콩이 부족해 품질이 낮은 대두분을 쓰는 곳도 있다”며 안정적인 원료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이번 대두 문제는 미·중 갈등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한국의 복잡한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가 미국의 통상 압박을 슬기롭게 막아내면서도 국내 농업의 근간을 지키고, 관련 산업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