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미국 투자 확대에 반도체 시장 술렁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대만 기업 움직임
한국 기업들은 신중 모드

TSMC가 미국 투자 확대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번 발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TSMC, 미국 투자 대폭 확대…145조 원 추가 투입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내 투자 확대를 공식 발표했다.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은 현지시간 3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뒤, 총 1,650억 달러(약 24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이전부터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던 TSMC는 이후 650억 달러로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이번 발표로 인해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며, 애리조나 내 공장은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이미 TSMC의 애리조나 1공장은 4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이어 2027년에는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2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며, 3공장은 같은 해 말 설비 설치를 마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반도체가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며, 그 핵심 역할을 TSMC가 맡게 될 것”이라며 “경제 안보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TSMC가 미국 내 투자를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관세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대해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TSMC는 미국 내에서 직접 반도체를 생산함으로써 관세 부담을 회피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SK, 같은 길 걸을까…신중한 행보

TSMC의 투자 확대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370억 달러(약 54조 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6천억 원)를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2028년까지 가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TSMC와 달리,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관세 정책 등이 확정된 게 없어서 좀 더 구체화 됐을 때 투자에 미칠 여러 영향을 파악해보고 방향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TSMC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라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텔을 지원하기 위해 TSMC에 협력을 요청했으며, 이에 대한 압박을 피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언론은 미국 정부가 TSMC를 압박하기 위해 반독점 조사 등의 카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향후 전략은?

TSMC의 대규모 투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TSMC는 그동안 2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대만에서만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발표를 통해 미국으로 노선을 변경했다”면서 “이로 인해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들의 수요 증가와 안보 측면의 보호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여부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투자 전략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추가적인 기술력 확보와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TSMC가 미국에서 대규모 반도체 제조시설을 운영하게 되면 IT 기업들의 주문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기술력 향상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