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거래 위축되고
소형주는 급증세
테마주 중심 매매 열풍

“안철수 테마주라고? 빨리 사야겠네!” 정치테마주에 꽂힌 개인투자자들의 열띤 관심이 주식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식 시장에 뚜렷한 변화가 포착됐다. 미국 관세 우려로 대형주 거래가 위축된 반면, 대선 관련 정치테마주를 비롯한 소형주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집중되며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거래대금은 줄었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시장 뒤집기’ 현상이 일어났다고 27일 밝혔다.
거래대금 줄었는데 거래량은 31% 증가, 왜?

이달 들어 25일까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를 합친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 8천160억 원으로 지난달(17조 7천390억 원)보다 9천230억 원(5%) 감소했다.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을 보면 1월 16조 5천580억 원에서 2월 21조 1천800억 원으로 증가했다가, 3월 17조 원대로 줄었고 4월엔 16조원 대로 더 감소했다.
반면 이달 일평균 거래량은 15억 9천656만 6천 주로 지난달(12억 1천776만 9천 주) 대비 31%나 급증했다.
이는 주당 가격이 높은 대형주 거래가 줄고 저가 소형주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실제로 이달 들어 코스피 대형주(시가총액 상위 1~100위)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 5천470억 원으로 지난달(7조 7천490억 원)보다 28%나 감소했다.
반면 코스피 소형주(300위 이하)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 2천230억 원으로 지난달(9천970억 원) 대비 23% 증가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매도로 전반적인 수급이 위축됐다”며 “시장이 불안정하고 두드러진 모멘텀이 없다 보니 테마주 같은 소형주가 주가 변동성 측면에서 큰 움직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대선 테마주에 개인투자자 ‘올인’, 거래 26배 폭증

주식 시장의 거래 양상 변화는 대선 관련 테마주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코스피 소형주 지수에 포함된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테마주인 써니전자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94억 7천300만 원으로 지난달(11억 1천900만 원)의 무려 26배에 달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테마주인 평화홀딩스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테마주인 이스타코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도 각각 지난달의 5배,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수익률 면에서도 소형주가 대형주를 크게 앞섰다. 이달 들어 코스피 소형주 지수는 6.77% 상승해 코스피 대형주 지수 수익률(2.24%)의 3배를 웃돌았다.

개인투자자들이 이처럼 테마주에 몰리는 데는 몇 가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테마주는 특정 이슈에 따라 단기간에 주가가 폭등하는 경우가 많아 ‘짧은 기간 내 고수익’을 기대하는 심리를 자극한다.
실제로 일부 테마주가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수십~수백 퍼센트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투기적 심리를 더욱 부추긴다.
서울 소재 투자자문사 대표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장기투자보다 단기 매매에 익숙하고, 이런 단타 전략에 가장 적합한 종목이 바로 변동성이 큰 테마주”라며 “SNS나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테마 관련 정보에 즉각 반응하는 ‘묻지마 투자’ 행태가 시장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 지속, 당분간 소형주 강세 이어질 듯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대형주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현재 한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관세 피해가 예상되는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주의 추세적 반등은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라는 거시경제 환경에 영향을 받는 데다, 5월 반도체 관세와 7월 8일 상호관세가 예정된 상황에서 투자심리 측면에서 실적 가시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대형주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복귀가 관건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9조 8천억 원가량을 순매도했다.
관세 관련 협상 진전이나 1분기 기업 실적 호조 등이 나타나면 외국인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외국인 수급이 개선된다면 대형주 중심의 시장 분위기가 다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6월 대선까지는 정치테마주를 비롯한 소형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적과 무관한 주가 급등은 결국 급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