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했더니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믿기 힘든 결과에 소비자들 ‘부글부글’

한국시리즈 입장권
1000만 원 가까이 거래
온라인 암표 광풍 확산

스포츠와 공연계를 강타한 ‘웃돈 거래’ 열풍이 일반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입장권이 원래 가격의 수십 배에 거래되는 실정으로, 인기 K팝 콘서트부터 무료 행사까지 암표 시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십 년 전 만들어진 낡은 법률로는 온라인상의 불법 거래를 제재할 수 없는 제도적 맹점이 드러난 가운데, 정당한 방법으로는 좋아하는 경기나 공연을 볼 기회조차 박탈당한 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가격, ‘민생’을 위협하는 암표

지난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입장권이 온라인 암표 사이트 ‘티켓베이’에서 최고 999만 원까지 호가하며 거래된 사실을 밝혔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월 26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의 일반석 티켓도 49만 원에서 55만 원에 거래되었으며, 예정된 6차전 티켓은 최고 999만 원에 팔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한 인기 프리미엄을 넘어선 명백한 불법 재판매 행위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무료 입장권인 LG 트윈스 청백전이나 여의도 세계불꽃축제 ‘명당’ 티켓까지 암표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될 정도로 티켓이 있는 행사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웃돈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와 교묘한 수법

이러한 불법 행위는 단순한 팬덤 문제를 넘어 정상적인 소비 활동을 저해하는 ‘민생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는 2021년 1만 8,422건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25만 9,334건으로 폭증했다.

지난 1년간 접수된 암표 신고 건수는 4만 건에 달했지만, 실제로 단속된 건수는 단 4건에 불과했다고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전했다.

공연 암표 신고 역시 2020년 359건에서 지난해 2,224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국내 최대 티켓 재판매 플랫폼인 티켓베이의 작년 거래 규모는 1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암표 시장이 이토록 확산된 배경으로는 ‘온라인 거래’를 규제하기 어려운 현행법의 한계가 꼽힌다.

1973년에 제정된 경범죄처벌법은 오프라인 암표 거래만 다루고 있으며, 지난해 개정된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은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를 사용해 정가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만 처벌할 수 있다.

근본적 해결책 모색… 법적 제도 정비 시급

전문가들은 폭발적인 인기 콘텐츠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적이고, 주최 측이 의도적으로 티켓값을 낮게 책정하는 구조적 한계가 암표 시장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강한 경쟁심과 희소성에 대한 욕구, 집단적인 행사 쏠림 현상이 암표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암표 구매는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비합리적 소비 형태라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암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는 합법적인 재판매를 인정하되, 강력한 불법 취득 및 판매 규제를 병행하는 ‘티켓 재판매 특별법’ 제정을 제언했다.

문체부 최휘영 장관은 29일 국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단속 실무에서 매크로 활용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티켓을 산 뒤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 장관은 법 개정을 통해 암표 행위 전체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을 국회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