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잠재부실 여신 1년새 8천억↑
금감원, 편법·우회여신 점검 강화

“은행 대출은 안전하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잠재 부실 여신이 8천억 원 넘게 급증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난 결과다.
만약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부실채권(NPL)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금융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요주의 여신’ 증가세에 향후 부실채권 급증 우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요주의 여신 총액은 7조1천11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 6조9천920억 원 대비 8천230억 원이 증가한 수치다. 전체 여신 중 요주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0.47%에서 0.49%로 상승했다.
요주의 여신은 은행이 관리하는 여신 등급 중 ‘정상’과 ‘부실’ 사이에 있는 위험군이다. 통상 1~90일간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잠재 부실 채권을 의미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부실의 전조’로 보고 예의주시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하나은행의 가파른 증가세다. 하나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2조4천7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9%나 급증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13.2%, 우리은행이 13.0%, KB국민은행이 1.8% 증가를 기록했다.

이러한 잠재부실 여신의 급증은 여러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됐다.
여기에 고물가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실질 소득 감소까지 더해져 전반적인 상환 능력이 저하된 것이다.
특히 건설·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직격탄이 됐다. 부동산 경기 하락과 건설 업황 부진으로 관련 대출의 부실 위험이 크게 증가했으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화도 은행의 잠재부실 여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10일 금융사고에 책임 있는 금융회사 임직원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지주와 은행권의 편법·우회 여신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자체 징계 기준 점검·개선을 통해 신상필벌이 엄정한 조직문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현재의 잠재부실 여신 증가세가 향후 실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 채권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있는 채권까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실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