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유혹 길어지자
예금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올해 상반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A 씨는 큰 결심을 했다.
A 씨는 지금까지 모아온 돈의 대부분을 예금에 들이붓기로 했다. 금리가 높아졌으니, 예금을 통해 얻는 이자 수익도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최근 고소득층과 일반 서민들 모두 예금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예금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난 1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10억 원 초과 저축성 예금 잔액은 781조 2,32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9조 4,830억 원 증가한 수치로, 올해 들어 고액 예금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특히 지난 2022년 말 796조 3,480억 원에서 772조 4,270억 원으로 감소하며 10년 만에 하락세를 보인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고액 예금의 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과 달리, 예금 전체에서 고액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5.6%로 감소했다.
이는 저축성 예금의 총규모가 6월 말 기준 1,712조 8,26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체 예금에서 10억 원 초과 고액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예금 상품에 참여하면서 예금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예금 금리 인하한다는데… 은행들은 ‘술렁’
예금 시장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기적으로 은행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내수가 부족한 상황인데 많은 자금이 예금에 묶여있으니 경제 활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추후 금리가 변동될 경우 은행이 큰 자금 압박을 받을 수도 있어, 은행도 단순히 손 놓고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최근 몇 달 동안 은행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하향 조정하면서 예대금리차는 두 달 연속 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예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가시화된다면 저축성 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