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 번이면 즉시 가능” 불법인 줄 알면서도 갈 곳 없는 서민 72%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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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문턱마저 넘지 못한 취약계층
저신용자 최대 6만 명 불법 사금융 유입
살인적 이자율에도 대안 없는 현실
불법 사금융
저신용자 불법 사금융 유입 / 출처: 연합뉴스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이용했습니다.”

가족의 갑작스러운 의료비로 자금이 필요했던 김 씨(42)는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연이어 대출 거절을 당한 후 결국 불법 사금융의 문을 두드렸다.

제도권 금융에서 완전히 배제된 서민들이 살인적인 이자를 감수하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심화되고 있다.

저신용자 수만 명, 불법 대출 수천억 규모로

저신용자 불법 사금융 유입 / 출처: 연합뉴스

서민금융연구원이 15일 발표한 ‘저신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제도권 금융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약 2만 9천~6만 1천 명에 달했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에서 빌린 금액은 약 3천800억~7천9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신용등급 6~10등급 저신용자 1천538명 중 72.3%가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이 71.6%에 달했다는 점이다.

저신용자 불법 사금융 유입 / 출처: 연합뉴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불법 사금융 노출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의 불법 사금융 이용 경험은 2022년 7.5%에서 2023년 9.8%, 작년 10.0%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무너진 금융 안전망, 취약계층의 막막한 현실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주된 원인은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였던 대부업계의 역할 축소에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대부업체들의 영업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저신용자 불법 사금융 유입 / 출처: 연합뉴스

서민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은 2022년 9월 10조 3천억 원에서 지난해 9월 8조 원대로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규 대출을 제공하는 대부업체 수도 59곳에서 37곳으로 줄었다.

금융감독원의 ‘2024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형 대부업체의 연체율은 13.1%로,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황 악화로 문을 닫는 대부업체도 늘어 전체 등록 대부업자 수는 8437개로 지난해 말보다 160곳 감소했다.

접근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김정규 호남대 교수는 “불법사금융은 인터넷 광고 클릭 한 번으로 즉시 대출이 가능한 반면, 합법적 금융은 복잡한 절차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저신용자 불법 사금융 유입 / 출처: 연합뉴스

서민금융 안전망 재구축 시급

서민금융연구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업의 서민 금융 안전망 역할 재정립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탄력적 최고금리제 도입과 대부업 명칭 개선 등을 제안했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저신용·저소득층의 자금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는데, 대부업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극저신용자를 위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공급 규모가 지난해 2800억 원에서 올해 1700억 원으로 40% 가까이 감소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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