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 급격히 냉각
유럽·캐나다 보조금 폐지로 타격
미국 관세 폭탄까지 휴업 선택

빈 컨베이어벨트만 돌아가는 ‘공피치’ 현상을 감수하던 현대자동차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세계 곳곳에서 불어닥친 전기차 악재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 국내 전기차 생산을 또다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적 전기차 시장 냉각이 직격탄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울산 1공장 12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휴업에 들어간다. 이 생산라인에서는 대표 전용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와 코나EV가 생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캐나다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정책,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대폭 인상 등이 현대차 전기차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주력 시장인 독일 등 유럽과 캐나다, 미국 등의 정책 변화로 아이오닉5와 코나EV의 4월 주문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생산 중단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달 만이다. 당시에도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으로 같은 생산라인을 닷새가량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는 실적 만회를 위해 캐나다와 미국에서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독일과 영국에서는 계약금 지원까지 내놓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대책 마련에 고심하던 현대차는 수요 부족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자 결국 일시적인 생산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전기차 판매 급감, 내수와 수출 모두 위기
이러한 전기차 수요 감소는 해외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정보 포털 카이즈유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는 14만 6883대로 전년 대비 9.7% 감소했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감소율은 27.9%에 달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국내 전기차 판매는 더욱 심각하다. 2023년 11만 1911대에서 2024년 8만 5203대로 31.3%나 급감했다.
이런 전기차 시장 침체는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생산라인 휴업 결정에 더해, 현대차는 지난 2월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거점인 인도네시아 공장의 아이오닉5 생산 중단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2년에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된 이 공장은 아이오닉5를 비롯해 크레타, 싼타페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해 수출해 왔으나, 전기차 수요 감소로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최대 실적 이후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
이러한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현대차가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둔 직후에 찾아왔다.
현대차는 지난해 175조 2312억 원의 매출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1월 23일 발표했다.
북미 시장 판매 증가와 하이브리드차 비중 확대에 힘입어 8.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차는 주요 시장의 성장 둔화, 전기차 수요 정체,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강화, 품질 확보, 원가 개선 등 다방면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 인프라 확충과 배터리 성능 개선이 이루어지면 결국 전기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생존하려면 과감한 투자로 전기차 캐즘 시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이 비싼차
달이차면 기울고 꽃이피면 지게된다.
대기만성 세월을 낚는 기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