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망원경 개발 뒷단엔
국내 중소기업 기술력이 있었다

“우리가 만든 장비가 NASA의 우주망원경 성능 검증에 쓰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 우주과학 무대에서 이름을 올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 개발 과정에서 한국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스피어엑스는 발사 전 국내 중소기업 SAT(에스에이티)가 제작한 극저온 진공 체임버에서 시험을 거쳤다.

스피어엑스는 적외선을 활용하는 망원경으로, 실제 우주 환경처럼 극한의 저온과 진공 상태를 지상에서 구현해야만 정밀 검증이 가능했다.
SAT는 진공 상태에서 열 전달을 최소화하는 설계, 정밀 용접 기술, 복잡한 표면 처리 기술을 토대로 세계 수준의 체임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NASA와 공동 개발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 측은 “국내 기술로 제작된 장비가 미 항공우주국의 인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스피어엑스는 지난달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사돼 현재 궤도에 안착했다.

2년 반 동안 102가지 색으로 하늘 전체를 관측하며 세계 최초 적외선 3차원 우주지도를 제작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NASA는 최근 망원경의 첫 관측 사진을 공개했으며, “기대한 것 이상으로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작은 기업의 큰 도전… 우주산업의 ‘K-기술’ 눈부시다
이 같은 성과는 전파망원경 분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추진 중인 ‘국제 거대전파망원경(SKA)’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 하이게인안테나의 참여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하이게인안테나는 전파 수신 정밀도를 좌우하는 곡률 성형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초대형 망원경 1대를 두는 방식이 아니라, 수천 대의 소형 전파망원경을 네트워크처럼 연결해 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망원경뿐 아니라 제어 시스템, 신호처리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국내 기업 모비스가 국제 핵융합로(ITER) 사업에서 검증받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필 다이아몬드 SKA 관측소 사무총장은 이달 초 한국 우주항공청을 찾아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SKA 프로젝트 정회원국 가입을 통해 국내 산업체의 사업 참여와 우선적인 연구데이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위성 조립이나 부품 납품에 머물렀던 국내 우주산업이 핵심 장비 제작과 국제 프로젝트 참여로 도약하고 있다.
한국 기술이 전 세계 우주 탐사의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된다.